<자기의 주인이 아닌 사람은 자유롭지 못하다>
늘 나를 괴롭히는 문제가 한 가지 있다.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탈출을 꿈꾼다는 것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탈출을 꿈꾼다는 것이다. 주변의 약간의 속박에도 견딜 수 없이 탈출의 충동을 느끼면서 현실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를 괴롭힌다.
금요일 언젠가 핸드폰에 깔려있는 아시아나항공 앱을 클릭하여 당일 비행기표를 끊어 혼자여행을 간적이 있다. 문득 서울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충동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마치 목이 졸리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밤길 끝없는 바다를 보며 밤새 혼자 어둠과 고독에 맞서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는데 뒤로 넘어지는 그런 순간. 가장 무력하고 가장 두려움을 느낄 것 같은 순간. 아무렇지 않다는 말이 모두 거짓말이 되었던 순간.
이런 순간들이 지금까지 현실의 페르소나로 무장해온 나를 해체하고 진정한 나의 모습과 마주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나는 거의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아마도 이런 욕망은 내 인생 주체가 온전히 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데 따른 반작용의 하나일 터였다.
다음날 저녁 무렵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나는 무엇을 갈망하는가..나의 무기력함은 어디서 오는가..나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내가 나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이 모든 물음표에 정답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삼키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더 슬프다.
나의 20대는 속박과 자유의 굴레를 반복하며 살아가겠지..그나마 20대 삶의 온도를 인정하고 그 이후의 가치 있는 생을 위해 살아가는 것으로 현생을 만족하기로 했다.
고대 그리스의 어떤 철학자는 “내가 원하는 자유를 위해서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의 벌거벗은 모습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그 위대한 철학자의 말이 옳다면..나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