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반딧불의 노래

오늘도 써지지 않는 글에 머뭇거리고 있나요?

by 글쓰는 오데트

손 끝이 간질간질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단어가 허공에 맴돈다.

‘국수 뽑듯 유려한 표현들이 술술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출간을 선언한 후 매일 글을 붙들고 있지만, 퇴고를 할수록 글은 더 미궁 속으로…신기한 경험이다. 평생 글을 쓰겠다 다짐을 했지만, 창작은 때때로 고통을 동반한다.


글이 떠오르지 않을 땐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고, 무기력에 빠져 종일 핸드폰만 붙들고 있기도 한다.

숨 막히게 돌아가는 직장에서, 육아퇴근을 하고 조금씩… 틈틈이 쓰지만 어떻게 40 꼭지를 채울지. 가끔은 이제 뭐 하는 짓인가, 나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본다.




어제 보다 더 못난 글이 될까 봐, 키보드 위에서 서성이는 내 손가락.

‘불금이니까 영화 보면서 와인이나 마시자.’

생각했지만 밀려오는 고민에 노트북을 열었다.

제대로 쉬지도, 쓰지도 못한 하루.

‘좋은 책을 쓸 수 있을까?’




불 꺼진 거실 그리고 노오란 조명…청승맞게 화면을 노려보던 나는 다시 티비를 켰다.

유퀴즈에 나오는 황가람이라는 가수.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그의 사연과 함께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가수도 mc도 나도 모두 울고 있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지방에서 올라온 그는 노숙을 하다 결국 창고생활을 택했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창고, 거기서 매일 피나는 노래연습을 했다. 수많은 실패 속에 얼마나 많은 좌절을 했을까. 자는 시간을 쪼개어 부르고 또 부르고. 칼을 갈듯 뾰족하게 더 뾰족이... 비가 오면 오물이 들어오는 지하창고에서, 그 오물을 퍼가며 이어간 연습.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시간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15년 전, 지독한 나의 타지살이가 떠올랐다.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마른 김밥만 삼키며 버티던 하루.




사실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언젠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될 거라는 희망. 그래서 평범한 삶을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실체 없는 꿈을 찾아 서울에 왔고, 서울살이를 했지만 현실에 떠밀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방황의 끝자락에 찾은 출간의 꿈. 돌아 돌아 글쓰기를 만났지만, 여전히 나는 글쓰기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나에게 물었다.

'죽기 살기로 글을 써본 적이 있었나?'




내 글의 부족함을 마주할 용기, 첫 줄을 시작할 강단, 실패할 각오, 매일 글을 붙들 끈기만 있다면 오늘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까. 두려움은 게으름의 핑계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글쓰기에 대한 내 진심과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별이 아니면 어떤가. 평범하지만 행복한 글쟁이로 산다면 조금은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미약하지만 환하고 , 담담하지만 강렬한 글을 쓸 수 있기를.

작은 반딧불도 세상을 비출 수 있음을, 오늘 그의 노래에서 배우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