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은 버스를 타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6시 32분…’
이 놈의 굼뜬 버릇이 항상 문제다. 구두도 신었는데 정류장까지 뛰어가야 하나.
다행히 승강기 타이밍도 기가 막히고 버스가 오기 전 정류장에 도착했다.
곧이어 도착한 10번 버스에 몸을 싣고 버스의 중간쯤에 서서 자리를 잡았다.
한 손은 버스 손잡이를 , 다른 한 손은 정체 모를 나의 보따리짐을 붙잡고 있다.
일터에서 마실 커피며 점심에 먹을 도시락, 그리고 읽지도 못할 책까지… 보따리짐은 내가 보기에도 조금 버거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내 앞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분이 갑자기 말을 거신다.
“그거 줘봐요, 내가 들어줄 테니.”
“아니, 곧 내리는데… 감사합니다.”
트레이드 마크인 어색한 미소를 날리며 빼앗기듯 짐짝을 맡겼다.
‘내가 들고 있는 게 더 편한데…’
왠지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짐을 들어주시는 할머니께 무척 감사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만 해도 버스 안은 지금보다 더 붐볐지만, 배려가 넘치는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기계처럼 노인들께 자리 양보를, 아주머니들은 자리가 없는 아이들을 종종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주었다.
그렇게 부대껴가며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 도착.
요즘이야 워낙 흉악하고 지능적인 범죄가 많아 모든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때는 그냥 그랬다.
물론 배려를 권리로 착각하면 안 되지만, 가끔은 그런 따스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경계를 치지 않으면 나를 지키지 못하는 세상, 그 현실이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나는 할머니께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짐짝을 받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잠시 버스를 탄 것뿐인데 오만가지 생각과 통찰이 머리를 스쳤다.
단지 출근을 한 것뿐인데 오늘도 글감 아이템을 하나 획득한 순간이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