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버튼이 고장 난 엄마봇
"엄마, 이것 좀 봐, 이번에 심사받는 검술 보여줄게.”
체육관을 다녀온 아이는 도복을 벗지도 않은 채 나에게 달려옵니다. 엉성한 폼으로 흐느적거리며 장난감칼을 휘두릅니다.
순간 참지 못하고 헛웃음이 터져 나왔죠.
“칼춤을 추는 거야?”
그 말에 입을 삐죽거리더니 허리를 뒤로 꺾어 검으로 찌르는 시늉을 합니다.
뒤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허리 부러지는 거 아냐?”
칭찬이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말마다 실언을 하는지 내 입이지만 탁탁 때려주고 싶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칭찬이 힘든 걸까?
아이의 미술 선생님은 늘 말씀하십니다.
“ 오늘 미술시간에 너무 잘했으니 집에서 작품에 대한 칭찬 많이 부탁드려요.”
육아서에서도 다양한 표현으로 구체적인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아서 얘기합니다.
하지만 칭찬을 작정하고 나면 머릿속에는 무한 버퍼링이 걸립니다.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여러 가지 표현들로 창의적인 칭찬을 해주고 싶지만 참 쉽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어휘들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리액션과 칭찬 버튼이 고장 난 ai 같다고 할까요.
그에 반해 나의 올케는 내가 봐도 참 곱고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칭찬이 늘 입에 배어 있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동생에게 늘 칭찬연료를 부지런히 공급하며 그의 손발을 부지런하게 만듭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내 칭찬과 상관없이 의욕적이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로봇 엄마를 만났지만 크게 게의치는 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어릴때 칭찬을 많이 듣지 못해서, 지금 타인에게 칭찬을 잘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30년 전만 해도 워낙 먹고 살기에 바빴습니다. 부모들은 육아 자체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처럼 칭찬의 중요성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과 나의 사회생활을 위해서 칭찬과 리액션은 꼭 필요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가지씩 칭찬을 연습해 볼까 합니다.
일단은 나 자신을 칭찬하고 그다음 아이들, 다음엔 남편을 …
작은 한마디로 칭찬 바이러스가 온 집안에 퍼져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