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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부러웠나 보다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

by 글쓰는 오데트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 친구 엄마가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

친정엄마의 지인이 수확한 단감을 주려고 쇼핑백에 담아 놓은지 삼일째.

이대로 감이 홍시가 될 것 같아서 넌지시 메시지를 보낸다.




“요즘 OO는 놀이터에서 안 보이네요~ 단감을 많이 얻어와서 조금 담아놨는데 언제쯤 시간 되세요? “

“어머, 감사해요~ 제가 급하게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저녁 8시쯤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아파트에는 아이의 유치원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아이들 엄마들 중 나를 포함해 반은 워킹맘이고 반은 전업맘이다.

00 엄마는 돌쟁이 막내까지 아이가 둘이다. 그런데 벌써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사실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을 때, 다들 내가 부럽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유지가 어려운 상태라 떠밀리듯 나가는 나의 일터, 그런 출근이 부럽다고 하니 처음엔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둘째 출산으로 일을 쉬고 있는 친구와 통화 후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너는 일 쉬고 있으니까 좋겠다. 일 안 하니까 좋지? 나는 요즘 일하기 싫어 미치겠어.”

“아니 전혀, 나도 내년부터는 일자리 좀 알아보려고… 학원비는 자꾸 올라가지, 그리고 집에 있는다고 딱히 쉬는 것도 아니야. 자꾸 집안일이 보이고, 돌아서면 애들 올 시간이라니깐. 집에만 있으니 한 것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기분이야."



내 주변의 일하는 엄마들은 제발 일 년만이라도 쉬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보통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각종 바이러스들에 주기적으로 노출이 된다. 감기를 의좋게 주고받기도 하고 연쇄 감염으로 한 달 내내 감기약을 달고 살 때도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열이 잡히지 않아 입원을 해야 할 경우이다. 입원을 하려면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부부 모두 휴가 쓰기가 힘든 경우는 정말 난감하다.

급할 때 도움을 청할 양가 조부모마저 멀리 산다거나 일을 하신다면?

폐렴인데도 입원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기게 된다.




입원치료로 3일이면 나을 병을, 온몸으로 버티며 통원치료를 해야 한다.

밤에 고열이 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보통 호흡기 바이러스는 40도를 찍는 고열이 나며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유로운 아침이 그리워, 방전된 저녁이 싫어서,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붙잡고 싶어서.. 경제적 상황이 허락한다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전업과 워킹맘 그 어느 곳에도 우리는 영원한 붙박이가 아니라는 것.

상황은 언제 변할지 모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보석이 이렇게 빛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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