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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우리 차는 늙었어?

오래된 효자 자가용

by 글쓰는 오데트

“엄마, oo가 그러는데 우리 차 너무 늙었데~”

오랜만에 기분 좋은 외식을 하고 오는 길에 아이가 말한다.

얼마 전에는 할아버지 신발도 늙었다고 하더니….




"차는 살아있는 게 아니잖아. 늙었다가 아니라 낡았다고 얘기하는 거야. 그리고 차가 오래되면 어때? 운전만 안전하게 하면 되지."


이렇게 말해두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부모가 오래된 소형차를 몰고 다니면 놀림을 받을까?'


아이들은 순수하니 느낀 대로 이야기를 한다.

아이 친구가 얘기하는 '늙은 차'는 친정엄마의 20년 된 소형차이다.

대출 위에 지은 집 덕분에 아직 자차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친정 엄마차를 함께 쓰고 주유비와 수리비를 부담하는 걸로 암묵적 합의가 된 상태이다.




관리를 잘한 덕분에 겉은 멀쩡하지만 요즘 나오는 크고 잘빠진 차들에 비하면 내가 봐도 디자인이 구식이긴 하다.

나라고 왜 새 차를 몰고 싶지 않겠는가?

부족한 운전 실력을 커버해 줄 풀옵션을 넣어서 튼튼한 패밀리차로 뽑고 싶은 마음은 늘 품고 있다.




크고 좋은 차를 뽑아서 주말마다 차박 캠핑도 다니고 밤낚시도 가고... 멋진 차에서 내리는 나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조금 멋지다.

남자들의 차부심이 이해 되는 순간이다.

한 번씩 교외로도 나가기 때문에, 튼튼하고 비싼 차를 타면 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차를 사야 하는 이유는 백만개지만, 지금 사면 안 되는 이유가 너무 강력해서 올해도 엄마차에 의지를 해야 할 것 같다.

유지비와 기름값도 비싼데 할부로 차를 사게 되면 생활비가 극도로 빠듯질게 뻔하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교육비가 더 들어테니 지금은 참는 게 맞다.




내가 당당하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게 된다고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어릴 적 고바위 우리 집은 누가 봐도 초라한 외관이었지만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부모의 가난이 내 탓은 아니니까. 단지 돈이 없는 현재의 상태일 뿐, 난 앞으로 부자가 될 사람이니까.

돈이 없어서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없으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소비하는 걸로.

엄마가 부자가 될 때까지 2년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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