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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Nov 12. 2023

대를 잇는 다이어트

점점 사라지는 너의 턱선

“작은 눈에 턱선조차 없는데…”


한때 노래방에서 자주 불렀던 서영은의 '완소 그대' 도입부 가사이다.

한때 제법 핸섬했던 아들은 점점 노래 가사처럼 되어가는 중이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을 다니더니 몸무게 마저 닮아가는 걸까… 점점 이중턱이 되어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물론 외모와는 상관없이 내 눈에는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세상의 잣대는 그렇지 않다.

요즘은 학교만 입학해도 통통한 아이들은 돼지라고 놀린다고 한다. 과거에는 따돌림의 이유가 가정환경이나 학업성적등이었지만 요즘은 외모라고 한다.




통통한 외모가 순한 성격과 함께 놀림받는 이유가 되지는 않을까, 자신감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아이의 뱃살이 늘어갈수록 내 걱정도 늘어갔다.

어른이야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면 다이어트라도 한다지만, 7세 남자아이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네이버에 '소아비만'을 검색하니 성조숙증, 키성장방해 등 온갖 무서운 말들이 나의 불안을 더해 주었다.




나 역시 국민학교 때부터 비만으로 고통받았기 때문에 내 자녀만큼은 체중에서 자유롭기를 바랐다.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날은 늘 등교가 싫었다. 그날은 과체중인 아이들이 방송으로  호명되어 양호실에 불려 가는 날이다.




호출된 아이들은 외모의 공통점이 뚜렷했기 때문에, 소집되는 이유를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는 양호실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내가 이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는 게 너무 싫었다.

비만교육 후 받은 종이 쪼가리를 들고 오다 좋아하던 남자아이와 마주쳤던 끔찍한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나는 매번 짝꿍 정하기에서  소외되었다.

여자아이가 먼저 앉아있고  남자아이가 원하는 친구옆에 앉게 했는데 내 옆자리는 늘 비어있었다.

동작이 굼뜬 아이가 선생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내 옆자리에 앉는 게 익숙한 장면이었다.




생각해 보면 양호실 호출과 짝꿍 정하기 모두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방법들이다.

요즘 교육 환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는 체벌도 당연시되던 시대라 크게 놀랍지는 않다.




가끔은 '슈퍼 돈가스’라는 놀림과 함께 남자아이들의 짓궂은 말들이 마음에 생채기를 만들었다.

가뜩이나 둔한 운동신경에 무거운 몸이 더해져 체육시간이 있는 날은 늘 기분이 우울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친척모임이었다.

어른들은 나만 보면 ‘그만 먹어라’, ‘살 좀 빼라’며 걱정이 섞인 훈수를 두었다.




아이는 한때 입이 짧아 애를 태우더니, 이제는 폭발하는 식탐 때문에 애를 태운다.

타고나길 식욕이 좋게 태어난 거라면, 또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면, 식습관을 바로잡아 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체중 증가에,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나의 지분도 있다는 결론이다.




오늘부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요리를 연구해 보려고 한다.

적절한 수면과 충분한 물섭취도 중요하다고 하니 10시 전에 자고 아침에 물 마시기 또한 매일 실천할 목록에 적어 놓았다.


아이도 나도 2킬로의 감량을 목표로…

사랑하는 너의 자신감과 건강을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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