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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Nov 28. 2023

층간 소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공동주택의 무게를 견뎌라

“딩동”


저녁을 먹고 그릇을 치우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자기 마트에서 맥주 시켰어?”


물어본 후 월패드를 보니 낯선 여자의 얼굴이다.

아니다… 낯이 익다. 순간 서늘함이 올라왔다.


’아랫집 사람이구나.‘


몇 번 승강기 안에서 목례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서 얼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아랫집과의 인연은 2년 전에 시작되었다.

이사 후 주문한 폴더매트가 도착하지 않아 하루정도를 매트 없이 지냈다.

게다가 창문이 열려 있어서 조금 시끄러웠다 보다.

입주자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발소리며 대화내용까지 다 들려서 괴롭다 ‘는 것이다.

그게 이사 첫날이었고 그 후  몇 달 뒤에도 같은 내용이 올라왔다.

‘복도 끝에서 끝까지 아이가 우다다 뛰는 소리가 들린다 ‘는 내용이었다.

거실 복도 빼고 폴더 매트를 제일 두꺼운 제품으로 깔고 아이가 뛸 때마다 쥐 잡듯 잡고 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나는 더욱 예민해졌다.


톡방에

“저희도 최대한 매트를 깔고 슬리퍼를 신고 아이를 조심시키고 있습니다. 더욱 주의하겠지만 꼭 위층이 소음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라는 내용의 흥분 섞인 대응멘트를 날렸다.


두 번은 경비실에서 전화가 왔다.

남편은 경비실에 전화해서 밑에 층과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했지만 원칙상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층간소음으로 흉흉한 일도 많이 생기니 사실 그게 맞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듣고 민폐 끼치는 것에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입주 때부터 모든 의자에 소음방지캡을 씌우고, 침대밑까지 죄다 5센티짜리 매트를 깔아놓았다.

친정엄마가 가끔 작은 발망치를 찍을 때마다 예민을 떨었다가 엄마와 싸운 날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엄마는 내가 너무 예민하다며 자신에게 다시는 입대지 말라고 못을 박아두었다.


그런데 오늘 모두가 있는 저녁에 아래층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한 손엔 요즘 비싸다는 딸기를 사서 말이다.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해서 내가 더 마음이 쓰였다.

남편분이 귀가 트인 분이고 새벽출근으로 예민해서 부탁 좀 드린다고 말을 했다.

아이소리가 아니라 어른 발망치 소리와 의자 끄는 소리가 거실 주변에서 들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새벽과 밤에…

순간 단톡방의 말투 때문에 맘이 상해있었던 내 마음도 같이 녹아내렸다.

소음의 원인이 어느 집이든 일단 위층이 제일 먼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보시다시피 온 집에 매트를 깔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고 있어요~아이도 조심시키고요~매트가 깔리지 않은 주방 쪽에서 소음이 났다 보네요,

앞으로 더 조심하겠습니다.”

조금 억울한 부분도 있었지만 일단 사과를 하고 조심하겠다고 말을 했다.

탐스러워 보이는 새빨간 딸기가 쉽게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다.


귀가 트인 사람도, 조심을 해야 하는 우리도 어쩜 모두가 피해자가 아닐까…

슬리퍼를 신지 않으면 온 집이 울리는 이 공동주택의 피해자.

높은 대출이자와 층간소음, 실내흡연의 무게를 견디며 이 아파트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 가끔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내 생의 첫 아파트는 설렘이었고 꿈이었으며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편리함, 환금성, 투자성을 위해  견뎌야 하는 무게가 무척 버거움을 오늘도 뼈저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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