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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Nov 30. 2023

엄마도 혼술 하고 싶은 날이 있다.

음주에 대한 고백

그런 날이 있다. 날씨는 춥고 가슴 한구석은  바짝 마른 것 같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칼바람이 패딩점퍼를 뚫고 우심방을 거쳐 좌심실까지 후벼 파고드는 날.

그런 날은 칼칼한 어묵탕이 생각난다. 때로는 바삭한 김치지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땀내 나는 육아를 마치고 잠든 아이를 눕히고 나오면 괜히 공허한 날이 있다.

컴컴한 거실 한편에서 혼자 핸드폰을 보다가 문득 시원한 목 넘김이 생각날 때가 있다.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냥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음주는 몸에 좋지 않고, 문제 해결도 되지 않으며, 살도 찐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건조한 마음의 골을 조금이나마 적시고 싶은 걸까.

적당히 섞은 소주와 맥주에 소박한 마른안주 조금이면 된다. 힘든 나를 위로하기에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다.



혼술을 하고 싶지만 혼술을 하기 싫다.

술을 마시고 싶지만 술을 마시기 싫다.


너를 멀리하고 싶은데 자꾸 힘든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때로는 좋은 저녁메뉴에 자석처럼 끌려오기도 한다.

삼겹살에 소주를 빼놓기 힘들다, 치킨에 맥주를 소외시킬 수 없다. 이제는 너를 멀리하고, 너 없는 삶을 상상하기가 힘이 든다.

하지만 취기에 기대는 시간보다 맨 정신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많기에,

자꾸만 동그랗게 변해가는 내 허리라인이 보기 싫어서,

나는 한 가정의 엄마라는 존재이기에,


이제 조금씩 줄여보려고 한다.

너와의 이별을 고한다.

우리 조금씩 멀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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