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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Dec 03. 2023

유치원생도 만드는 또띠야 피자

이것은 놀이인가, 요리인가

“오늘 유치원에서 피자도 만들고 타코야끼도 먹었어.”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신이 나서 재잘거린다.


오늘은 이탈리아 가면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바로 아이의 유치원에서.

가면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오라는 공지에, 아침에 온 집안을 헤집어 가장 격식 있는 옷을 골랐다.


여자 아이들은 주로 공주옷이나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남자아이들은 정장이나 턱시도 아니면 왕자옷을 입고 왔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작년에 입었던 정장이 너무 작아진 관계로 집에 있는 붉은색 남방을 입고 가기로 했다. 마침 다00에서 샀던 망토를 같이 코디해 놓으니 조금은 그럴듯해 보였다.

 


아이의 말을 듣고 유치원 홈페이지 사진을 보니 정말 아이들이 이탈리아 귀족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이 너무 커서 얼굴을 반이상 가리는 관계로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가면을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일회용 와인잔에 포도주스를 채우고 건배를 하는 모습, 음악에 맞춰 둘씩 짝을 지어 춤을 추는 모습…

마치 신데렐라 동화 속 무도회나 상류사회 자들의 연회 같기도 하다.

그 가면놀이에 전혀 위화감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사진을 보는 내내 계속 웃음이 났다.

아이들의 가면은 분명 중세 서양 가면인데 춤은 탈춤을 추고 타코야끼와 피자를 먹고 있었다.

그 사진들 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바로 또띠야 피자였다.



사진 속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드님 말에 따르면 또띠아는 유치원 옆 메가마트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피망, 소시지, 또띠아, 스위트콘, 토마토소스, 치즈만 있으면 피자가 가능하다니, 정말 신박한 레시피였다.

거기다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블랙올리브를 올리면 맛과 비주얼 상승.


‘이거 아이랑 주말에 한번 만들어 볼까?’


특히나 도우가 얇아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조금 더 건강 욕심을 내서 통밀 또띠아로 한팩을 준비했다.

사실 그렇게 재료를 사놓고도 만들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귀찮아서 … 아이가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피자를 만들자고 보채지 않았다면 영원히 완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피자를 만들어 굽기만 하면 되는 거라 재료 준비가 전부인 레시피이다.

피망을 씻고 자르고, 베이컨을 적당히 자르면 끝이다.

나머지 재료는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예쁘게 세팅해 주면 된다.

이제부터는 아이의 몫이다. 조물 조물 클레이 하듯 피자를 만들어간다.


'이건 촉감놀이인가? 먹을 수는 있는 거겠지?

참, 쉐프님은 세수도 안한것 같은데...'


이런 저런 의심을 하는 사이 아이 피자 4개를 만들었다. 그 위에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블랙 올리브 토핑을 올리면 그럴듯한 피자 비주얼 완성.



싱크대 오븐이 작은 관계로 두 개씩 넣어 180도로 18분을 돌린다.

4명이 함께 먹으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만 우여곡절 끝에 피자가 만들어졌다.

다음번에는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마산 가루와 핫소스를 적당히 뿌린 후 칼로 썰어서 한입을 베어 먹는다.



모차렐라 치즈와 베이컨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진 후 스위트콘과 피망의 단맛이 그 뒤를 잇는다.

와인이나 맥주안주로도 부담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이 있다면 도우가 얇아 배가 금세 고프다는 것.

이담에는 포만감을 위해 양파와 닭가슴살도 넣어봐야겠다는 아이디어도 생각해 두었다.


추워 진 주말, 이번 주말은 아이랑 뭐 할까 고민 중이라면 …

야심한 저녁이라 부담스러운 음식 말고 가벼운 안주를 찾고 있다면…

재료준비가 전부인 담백한 또띠아 피자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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