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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Dec 04. 2023

41세 끝자락에 인생 드라마를 만나다

무인도의 디바, 소장하고 싶은 나의 드라마

나는 매일 책을 읽고 주말 드라마도 꾸준히 본다.

주말마다 드라마를 몰아 보는 이유는 평일에 tv 자체를 안 보기 때문이다.

맥주는 마시는데 드라마는 안 보다니 ,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평일은 tv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할까.




그 대신 주말은 스스로에 대한 고삐를 느슨히 풀어놓는 편이다.

특히나 저녁 8시부터 본격적인 나의 드라마 시청이 시작된다.

사실 이전 드라마들도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최근 방영된 ‘무인도의 디바’는 감히 나의 인생드라마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영상, 연기구멍 없는 출연진도 한몫했지만 주인공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알고 보니 이 드라마의 박혜란 작가는 드림하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스타트업, 당신이 잠든 사이 등 수많은 명드라마를 집필한 이력이 있었다.



어쩐지… 드림하이, 스타트업 역시 내 가슴을 무척이나 뛰게 했던 드라마여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왜 이렇게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에 빠지는 걸까.

성장드라마의 부작용이 있다면 주인공들의 압축된 성공이 나의 현실에서는 더디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분명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곤경에 처하다 대박을 치고 피드백이 팍팍 오는데,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성장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리만족을 느끼며, 드라마를 통해 희망이라는 것이 가슴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10년 후에도 아무것도 안되어 있으면 어떻게 할 건데, 넌 그게 두렵지도 않아?”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쪽보다 덜하겠죠. 적어도 10년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요."


“바란다고 바로바로 이뤄지진 않더라고, 원하는 때 이뤄지진 않아.

아주 천천히… 잊고 있다보믄 어느새 이뤄져 있더라.

지치지 말고 버티고 견디 보면 어느 날 이뤄지는 날이 오드라.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답 없는 질문 해서 뭐해요? 그럴 시간에 노래연습을 하는 게 낫죠.

작더라도 무대에서는 게 낫고요.

먹고살 걱정하는 시간에 짐짝이라도 날라서 돈이라도 버는 게 낫죠.

그렇게 5분 50분 5시간 채우다 보면 언젠가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주인공인 서목하는 가정폭력 아버지를 벗어나려고 배에 올랐다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함께 물에 빠지고 만다. 그녀의 아버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그녀는 무인도에 오랫동안 갇히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독한 배고픔, 추위, 외로움, 끝없는 절망 속에서 자살시도까지 했던 그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그녀의 답 없는 질문을 잠시 잊게 해 주었던 건 이쁜 햇살이었고, 그렇게 버티다 보니 어느 날 드론이 날아와 그녀를 무인도에서 구해주었다.

그녀는 육지에 가서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겨운 시간들을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


어쩌면 우리 모두 자신의 무인도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길이 맞는 걸까, 답 없는 질문 대신에 그 질문을 잊게 해 줄 햇살이 간절한 요즘이다.




‘마흔 수업’에서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40대도 처참했다고. 이룬 거 하나 없고 집도 없고, 여전히 무명강사였다고.

하지만 40대는 그게 맞다고 얘기한다. 정점의 나이가 아닌 과정의 나이라는 것이다.

진짜 게임은 50대부터 시작이라고, 그녀도 지금의 명성을 50대부터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100세 시대이므로 지금의  나이에서 17을 빼라고 얘기한다.

‘어라, 그러면 24살인데? 나 청춘이네. “

41세 말고 24세의 나는 뭔가 불완전해도 될 것 같다. 부딪히고 실패해도 타격이 덜할 것 같기도 하다.




‘무인도의 디바’와 ‘마흔 수업’의 위로가 크게 와닿는 건 나의 상황과 많이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경과 비슷한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한다.

유느님도 무명 시절이 8년, 김미경 강사님은 무명기간이 15년이라 했었다. 잘 나가는 주위 동료들을 보는 기분이 어떠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 뭐가 안되면 어때, 그냥 매일 쓰고 매일 읽고 매일을 살아나가자.

힘이 들 땐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기대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 버텨나가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날이 오겠지."



언젠가 나의 삶에도 꿈에 그리던 드론이 날아오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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