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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Jan 23. 2024

나도 전략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메타인지의 중요성

나는 예전부터 겁이 많지만 또 겁이 없었다.

이 무슨 반어적 표현인가 하겠지만, 그게 사실이다.

운전, 면접 등 특정한 것에는 겁쟁이였지만 노래, 무대, 새로운 배움 등에 대해서는 겁이 없었다.

그래서 실수하고 깨어지는 일도 참 많았다. 적절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 결혼식의 축가를 내가 불렀고, 공개적인 프레젠테이션에서 버벅거리는 일도 있었다.


겁이 없어서 기회가 많았지만, 겁이 없어서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 조금 더 준비를 했다면 나에게 왔던 수많은 기회들을 다음 기회로 이어지도록 꼭 붙잡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대책 없는 성향이 가끔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바로 글을 쓸 때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얼개를 짜놓지 않고 글을 쓰는 편이다. 제목과 소제목만 정한 후 의식의 흐름과 나의 손끝에 모든 것을 맡긴다.

그렇게 후루룩 쓰다 보면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때로는 멋진 결론을 찾지 못해 글을 한참 동안 멈춰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책 없는 글쓰기 방법이 나는 좋다. 어떻게 보면  심연에 있는 자신감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나에 대한 믿음이다.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완성해 낼 거라는 믿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쓰는 글이 참 편안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이런 계산 없음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특히나 업무나 공부등에서는 성과를 내는데 발목을 잡는다. 정확한 나의 위치 파악 후, 체계적으로 시간 배분을 해서 실행을 해야 하는데 늘 어버버 뜬구름만 잡다 하루를 보낸다.


계산과 숫자에 약한 나에게는 냉철함과 정밀함 그리고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계획을 세워보았다.

이때까지는 늘 플래닝을 할 때 글쓰기, 독서하기 정도만 다이어리에 적어놓았다. 어떤 주제의 글을 하루에 몇 편을 쓸 건지, 어떤 책을 하루에 어느 정도 읽을 건지는 기록해두지 않은 것이다.


하루에 내가 책 10장을 읽고 글 한편을 쓸 때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될까?

나는 몇 시에 어떤 컨디션에서 글을 쓸 건가?


이런 계산조차 해보지 않은 것 같다.

나를 알고, 목표를 알면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일들이 보인다.

일단 다이어리 뒷면에 각 분야별로 올해 읽고 싶은 책의 제목들을 뽑아보았다. 그리고 그 책들을 각 달에 배치하고, 하루에 읽을 책의 분량도 매일 정해서 기록한다.



나는 문어발식 독서(병렬식 독서)를 하기 때문에 완독책 외에 두어 권의 책을 함께 읽으려고 한다.

또한 폴더에 이번주 글쓰기할 글감들을 모아두었다가 하루에 한 개씩 뽑아서 다이어리에 제목 정도만 적어둔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어두면, 착수하기 전의 방황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기록을 무기 삼아 조금 더 전략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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