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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Jan 24. 2024

천직을 찾고 계시나요?

글쓰기라는 소명

천직을 찾아 십 년이 넘는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도 가고 경기도며 서울이며 거주지를 옮기기도 했지요. 못하는 건 참 많은데 딱히 내세울만한 특기는 없었습니다.

손도 무디고 일머리가 좋은 편도 아닌데, 그렇다고 부지런하거나 예체능 쪽에 큰 특기도 없습니다.

말을 유창하게 잘하거나 사교성이 매우 좋은 편도 아니지요. 낯가림도 있고 내성적이며 마음도 여린 편입니다.




그래서 더 어려웠습니다. 지금 하는 일 말고 진짜 나에게 맞는 일이 있기나 한 걸까… 나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그 일이 찾고 싶었습니다.

항상 이력서를 쓸 때 고민이 되더군요. 취미는 독서, 뮤지컬 관람…그럼 특기는?


노래 부르기? 고음이 힘들고 딱히 잘한다고 하기에는 애매함, 패스

춤? 열정은 있지만 뻣뻣함, 패스

자전거 타기? 자전거는 다들 잘 타지 않나, 패스

요리? 손재주가 없음, 패스

피아노? 체르니 30번에서 멈춘 후 실력이 어정쩡함, 패스



왜 이렇게 나는 잘하는 게 없는 걸까?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뽑아낸 다른 특기들도 직업으로 삼기엔 확신이 생기지 않더군요.

이건 전망이 없고, 이건 돈벌이가 안되고, 이건 이미 레드오션이야…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결국 천직 찾기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냥 하던 거나 하자. 원래 일이란 게 다 힘들지 뭐.'


이렇게 헤매길 수십 번입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그러다 2년 전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주워듣게 되었습니다. 애드포스트인가 뭔가를 달면 매달 내 글이 클릭된 횟수만큼 돈이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다고?’

‘국민학교 이후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누가 내 글을 읽어나 줄까?’


하는 마음에 잠시 망설였지만 밑져야 본전이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애드포스트 승인이 떨어지는 자격을 갖추기가 만만치 않더군요.

그렇게 혼자 끄적이다 블로그 이웃의 글을 통해 이리저리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수업도 듣고 여러 가지 챌린지도 참여했지요.




사실 온전히 글쓰기를 하며 퍼스널 브랜딩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양할 가족고 아파트 대출이 목을 죄어왔습니다.

올해는 조금 더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근무시간까지 늘려놓은 상태입니다.

다른 엄마들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일을 멈추는 판국에 나는 그 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나도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면… 그런 일상에서 글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온전히 글쓰기나 자기 계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부럽다.’


너무 피곤한 날에는 글쓰기며 책이며 다 집어던지고 잠이나 쿨쿨 자고 싶은 날도 많았지요.

직장일 때문에 너무 힘든 때는 통으로 한 달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마치 나의 시계만 멈춘 것 같았습니다.

사람도 커뮤니티도 글쓰기도 독서도.. 다 짐짝처럼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남들은 다들 행복하고 의욕이 넘치는 것 같아 질투도 났습니다.

그렇게 굴속에 숨었다 다시 나오니, 딱 한 가지 단어만 머릿속에 남더군요.


글쓰기…’


‘나는 잘하는 게 없지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글쓰기 나의 소명이다.’

‘잘하는 게 없기에 글을 써야만 한다.’

‘이건 싫고 좋고 힘듦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운명이다.’

‘나는 글로써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쓰든 못 쓰든 평생 쓰는 일이 습관인 사람으로 살고 싶다.’




글이 늘지 않고, 오늘 글이 졸작이라도 계속 써야만 합니다.

나에게 다른 능력이 없는 이유는, 글을 써야 할 운명이기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글쓰기가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책나 행사의 리뷰 같은 정보를 요약해야 하는 글은 온몸의 진액을 쥐어짜서 쓰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써야 합니다. 그런 정보성의 글도 많이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요.

사실 요즘은 종종 글쓰기가 재미있습니다. 특히나 이렇게 마음속에서 끌어올려 쓰는 글은 후련하기까지 합니다.

나의 글쓰기에도 맷집이 생기길 기대해 봅니다.


이제는 챌린지가 필요 없는 그냥 ‘쓰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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