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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고 살며 후회 속에서 배우기

실수를 삶의 지혜로

by 최재필

어느 날 자동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 기름을 넣고 결제를 위해 카드를 찾았으나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항상 지갑 속, 그 자리에 있는 카드가 없자 곧 당황하게 되고. 결국 계좌 이체하고 돌아오다 보니 카드는 내 옷 안 주머니 속에 얌전히(?) 있었다. 집에서나 회사에서 중요한 서류나 물건을 못 찾아서 온 집안 또는 사무실을 이 잡듯 뒤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특히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신경 써서 잘 보관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이렇게 탈이 난다.
보관을 잘못한 실수, 잊지 않을 것이란 자만심이 부른 실수, 가볍게 또는 멸시나 얕잡아 보는 마음에서 나오는 일상적인 실수, 정보의 왜곡에 의한 판단의 실수,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말의 실수, 행동이나 행위의 실수 등, 실수는 늘 우리 삶과 같이한다. 실수는 대부분 후회를 동반한다. 그러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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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실수 한번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또 실수함으로써 성장하고, 잘못을 고쳐 발전을 이루는 것이니 크게 탓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어떠한 실수는 사람의 생을 통째로 바꿔 놓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실수가 평생 삶을 따라다니며 삶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실수가 자신을 옭매지 않도록, 삶이 그 실수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수란 '부주의로 잘못을 저지르는 것. 또는, 그 잘못'이라고 나온다.

그럼 우리는 왜 실수를 할까?
인간에게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한다. '눈은 스스로를 속이고, 이야기는 거듭할수록 내용이 달라지며, 우리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확신하는 데에 있다'라고 조지프 헬리넌은 말한다.
또 우리 뇌의 구조상 지속적인 집중력은 에너지 소모가 많아 긴 시간 일을 하다 보면 집중력의 저하로 실수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실수를 하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실수도 한 사람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실수를 거울삼아 극복하려는 사람에게는 선물이지만 좌절하는 사람에게는 불행이 따라올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실수는 필연적으로 후회가 뒤따른다.
우리 인생은 외길이며 누가 대신할 수도 없는 길, 실수와 후회가 삶의 일부분이라면 후회를 반성의 기회로 삼아 원망과 낙심이 없는 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후회할 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논어(論語)「학이편(學而篇)에 '일일삼성'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 세 번 반성을 하거나 세 가지를 돌아보거나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되면 매사에 신중하고 사려 깊은 판단으로 착오도 줄이고 더불어 실수를 최소화하여 선택에 대한 후회도 적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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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후회와 반성을 통해 올바르고 참된 삶에 이를 수 있다. 반성과 감사가 아니라 후회와 원망에 젖게 되면 돌아오는 것은 고통과 퇴행뿐이다. 가 본 것에 대한 후회와 가 보지 않은(실행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무의미하다. 후회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 삶을 풍요롭고 평온하게 살고 싶다. 지난 일 곱씹고 후회한들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시름만 늘 뿐이기에 빠르게 털고 앞만 보고 가야겠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중에
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오이왕지불간 지래자지가추)
實迷塗基未遠 覺今是而昨非(실미도기미원 각금시이작비)
'지난날은 뉘우쳐봐야 바뀔 게 없고
이제 앞으로나 그르치는 일 없으리
길은 어긋났지만 그리 멀어진 것은 아니니
이제부터는 옳고 어제까지는 글렀음을 알겠노라.'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이 이미 지난 일들이다. 지금부터라도 실수를 줄이는 지혜로운 삶으로 옳은 길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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