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상과 격언련벽(格言聯壁)

by 최재필

한때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가요가 대중의 인기를 끈적이 있다. 세태를 반영한 가사 내용이 공감이 갔다. 요지경瑤池鏡이란 '장난감의 하나로 렌즈를 장치하고 그 속의 이미지를 돌리면서 보는 것이다.'라고 한다.

조선이 멸망한지 112년이 되었다. 조선은 1392년에 건국하였으니 500년 넘게 유지된 왕조다. 존속된 기간으로 보면 대단한 국가일 듯하나 속을 들여다 보면 문약하기 짝이 없다.(본인 관점) 왕조를 구성하는 지배계급은 고려말의 신진 사대부라 불리는 세력이 장악하고 유교를 국교로하여 성리학이 통치의 근간이었다.1592년 임란 이전의 200여년은 그런대로 평화가 지속되었다. 임란과 호란 이후 지배층의 부정부패, 외척의 발호, 붕당정치로 인한 파벌싸움은 위로부터 아래까지 썩지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영.정조 때 잠시 실학이 중흥의 계기가 되었으나 정조시대가 가면서 꿈은 무산이 된다. 부정부패로 인한 삼정(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의 문란은 민생을 도탄에 빠져들게 하고, 여기에 세도정치까지 극에 달하고 있었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고 지속된 것이 이상할 정도다.

올 초에 대선과 地選이 있었다. 평소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국가적인 행사이고 민주주의의 기본 중의 기본인 투표로 정치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출마한 후보자나 지방정부의 수장이 되겠다는 자들과 그 진영 사람들에게서 국가의 미래비전과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 경쟁은 들리고 않고 자고 일어나면 상대방을 향해 험담과 비하, 심지어 인격 모독성 말들을 쏟아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일반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않되는 막말, 듣는 이의 가슴 후벼파고 심장이 벌렁이게 만드는 비상식적인 말을 무차별로 배설한다. 결코 일상과 우리 삶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말뿐이고 혈압만 올리는 소음으로 들린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총칼없는 전쟁이 따로없다.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필사의 독설과 허언, 모함은 물론 사람을 현혹하는 요설로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들은 '내일은 없다'는 듯이, 지금까지 이땅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할 이웃이며 같은 백성이기를 포기한 듯하다.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러워지는 원인으로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함께 하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이 엷어지고 개인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화합 안되고 상생 못하는 풍조가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개인주의가 장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타인을 믿지 못하는 이기적인 불신 사회를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여기에 힘있는 자들은 보편적 정의마저도 부정하니 진실이나 진품, 진실 찾기가 더 어렵게 된다.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가 하면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황당한 유언비어가 진실로 둔갑하고 사람들도 이성이 마비된 듯 그 말에 현혹되어간다. 소위 지도자란 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모범은 못될지언정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위법, 불법을 밥먹듯이 한다. 어쩌다 발각되면 거짓말을 하고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는것이 일상화된 사회를 우리는 보고있다. 이런 사회는 병든 사회다. 지배층의 부정부패, 불신 조장사회, 정의가 사라진 요지경 세상이 되는 것이다.

청나라 말기 금영(金纓)이란 학자가 지은 격언련벽(格言聯壁)이라는 격언집에 육착(六錯)이란 말이 있다. 사회의 근본이 흔들릴 때, 많은 사람들의 행위를 여섯가지로 정리하고, 그것의 대립되는 논리를 근거를 들어 착각이라 하고 그것으로 국가가 망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첫째, 사이위복(奢以爲福)이다.

사치(奢侈)는 있는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자산까지 끌어다 소비하며 행복이라고 착각(錯覺)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둘째, 사이위지(詐以爲知)이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자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을 속이고 사기(詐欺)를 치면서 마치 자신의 머리가 좋다는 듯이 행세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셋째, 탐이위위(貪以爲爲)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그것을 절제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끝없는 탐욕(貪慾)의 마음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축적하면 그것이 곧 수완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넷째, 겁이위수(怯以爲守)이다.

일에 임함에 자신감과 용기가 없어 겁을 내면서 마치 자신이 신중한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다.

다섯째, 쟁이위기(爭以爲氣)다.

가는 곳마다 화합 못하고 싸움질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그것이 마치 용기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을 말한다.

여섯째, 진이위위(嗔以爲威)다.

윗사람이 인자하지 못하고 아랫사람을 하인 부리듯 하면서 그것을 자신이 위엄 있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중에는 본인 윗선에는 굴종적 아부를 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전쟁에도 명분이 있다고 한다. 하물며 함께 살아가는 현대사회에는 기준이 되는 사회적 가치관과 윤리가 있다. 아무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지만 상대방을 음해하고 모함하고 속이면서까지 살고 싶을까? 자기편이 아니라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시키는 파렴치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또 얄빡한 (?) 지식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조종하거나 꾀여서 이용하는 자는 언젠가 그 댓가를 치를 것이라 믿는다. 특히 일부 사회 지도자들이 쏟아나는 말들은 오늘도 예외없이 국민을 혼란하게 만든다. 우린 언제까지 그런 요지경 속 세상에 살아야 될까?

2022년 9월 어느날


20250505_161207.jpg 한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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