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 제대로 이해하기

지구와 우리의 먹거리를 살리는 유일한 대안

by 임경수

문화(Culture)라는 단어는 돌봄을 의미하는 라틴어 ‘culus’와 경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colere’에서 유래했다. - 아서 아사 버거(Arthur Asa Berger,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 교수, 문화비평)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만들기 위해 자연의 원리와 패턴을 활용하는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환경디자인체계로 1970년대 빌 몰리슨(Bill Mollison)과 데이비드 홈그랜(David Holmgren)에 의해 만들어졌다. 빌 몰리슨은 그의 책 ‘퍼머컬처 개론(Introduction to Permaculture)’에서 퍼머컬처는 지속가능한 인간 환경을 창조하기 위한 디자인 시스템이라 정의하고 퍼머컬처가 영속적, 지속적이라는 ‘Permanent’와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의 합성어이지만, 농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농업을 넘어 문화(culture)라는 확장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건강한 농업기반과 윤리적인 토지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인류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퍼머컬처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순환농업, 유기농업, 자연농업 등과 같은 하나의 농법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유기농업의 한가지로, 혹은 텃밭과 정원을 이쁘게 꾸미는 방법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하는데 ‘Agriculture’가 아닌 ‘Culture’를 강조한 빌 몰리슨의 이야기를 새겨서 읽을 필요가 있다.


농업을 뜻하는 영어 agriculture의 ‘agri’는 땅이고 ‘culture’는 문화 이외에도 재배 혹은 경작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agriculture의 어원으로도 봐도 문화는 농업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인류의 문화가 농업에서 시작되었다. 농경을 시작하면서 모여 살았고 이웃과 협력하고 공동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규범을 만들었다. 먹고 남은 농산물을 교환하기 위해 시장이 생겼고 시장 근처에 사람이 모이면서 도시가 되었다. 힘든 농사일을 모여서 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농사를 마무리하면 춤을 추며 축제를 즐겼다. 농사를 짓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자가 발명된 후에는 책으로 남겼다. 지금은 농업과 문화가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뿐인 지구에서 존속해야 하는 인류에게 다시 농업에 기반한 문화가 필요하다는 빌 몰리슨과 데이비드 홀그랜의 통찰력은 퍼머컬처라는 단어에서부터 드러난다.


1978년, 빌 몰리슨과 데이비드 홀그랜이 「PERMACULTURE ONE」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퍼머컬처라는 말은 세상에 처음 나왔다. 데이비드 홈그랜은 인간에게 유용하고 무한히 되풀이되며 스스로 동작하는 동식물종의 통합적인 진화시스템을 묘사하기 위해 퍼머컬처라는 단어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과 관계를 모방하여 지역에서 필요한 음식, 섬유, 에너지를 충족하도록 경관을 설계하는 방법이라고 퍼머컬처를 정의한다. 무언가를 설계한다고 하면 어떤 모양이나 형상을 만드는 방법으로만 오해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인(Design)을 설계로 번역하여 생기는 오해일 수 있다. 디자인은 흔히 주어진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무언가를 조형적으로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말하지만, 디자인의 어원인 라틴어 ‘Designare(데시그라네)’는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의 뜻이다. 즉,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를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합리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창조적 활동이 디자인이다. 데이비드 홈그랜은 퍼머컬처가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체계로 유기적으로 통합된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접근방법, 발상, 디자인 원리, 실천 방법을 포함한다고 했다. 즉, 인류의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창의적 방법의 종합세트라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홈그랜은 퍼머컬처는 새로운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며 지금의 산업문화와 미래의 지속가능한 문화를 아래의 표처럼 비교하면서 퍼머컬처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문화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퍼머컬처는 <표 1>의 특징을 가진 인류의 새로운 문화를 지향한다.


퍼머컬처가 단순한 조형적인 설계가 아니라는 데이비드 홈그랜의 이야기를 잘 설명하는 것이 바로 퍼머컬처 꽃(Permaculture Flower)이다. 퍼머컬처 꽃은 퍼머컬처를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하는 영역과 내용을 보여주는데, 특정한 분야에서 퍼머컬처를 적용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관이 있는 분야에 순차적이고 통합적으로 적용해야 비로소 지속가능해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공동체 텃밭을 만들고자 할 때 퍼머컬처를 활용해 텃밭 모양을 디자인했다면 이 텃밭의 토양과 생산물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물과 에너지를 생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술이 필요하고 텃밭의 토지를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이용이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농산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채식 중심의 음식문화와 이를 바탕으로 정신적 치유를 도모해야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관점으로 균형이 잡힌 지속가능성이 완성된다.



영어그림.png <그림 1> 퍼머컬처 꽃


퍼머컬처 꽃의 꽃잎 사이를 나선모양으로 돌고 있는 화살표는 이러한 활동이 순차적이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퍼머컬처에서 이 나선형 모양은 매우 중요하고 자주 활용하는 자연의 패턴 중의 하나이다. 넝쿨성 식물의 줄기, 달팽이나 바다 소라, 허리케인의 바람 모양, 세면대에서 물이 빠지는 모양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적은 것에서 시작해 큰 것을 만들 수 있는 형태이고 무언가를 가장 작은 체적 안에 가두면서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기능을 뒷받침한다. 퍼머컬처 꽃의 이 나선형 화살표는 퍼머컬처를 작게 시작해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반복하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큰 규모에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공동체 부엌을 만들려 한다면 공간을 구하고 건물부터 짓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 나누어 먹는 포트락 모임을 먼저 해야 한다. 그래서 퍼머컬처에서는 한 번에 큰 규모로 만들려 하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작게 시작하라는 원칙도 가지고 있다.


퍼머컬처는 자연을 훼손하거나 오염시키지 않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생산하기 위해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유용하며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그렇다고 퍼머컬처는 한 국가의 국토계획이나 도시 전체를 계획하거나 디자인하지 않는다. 도시와 농촌에 상관없이 농장, 주택, 마을, 주거단지, 지역사회 등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대상에 그 대상이 가진 고유한 특질과 주변 자연환경의 구조와 기능을 결합해 생명을 지지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퍼머컬처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접하고 생산성이 낮은 예전의 농업이나 생활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남아있는 경작체계와 생활방식에 담긴 전통적인 지혜에 현대적인 과학기술과 지식을 결합해 더 유용한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단 현대과학과 기술의 무분별한 적용을 경계한다. 현대의 과학과 기술은 때로 인간적 규모와 자연적 흐름을 벗어나고 화석연료를 비롯한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소수가 독점하고 있어 지속적이고 정의롭게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퍼머컬처는 식량, 음식, 에너지 등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텃밭, 농장, 집, 주거지 등의 생산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탱하고 있는 사회적 기반과 경제적 기반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자와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 로컬푸드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고 공동체지원농업(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을 조직할 수 있고 지역화폐(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를 도입할 수 있다. 퍼머컬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농장, 주택, 마을, 지역사회까지, 야생지에서 공원, 공동주거단지, 개발된 도시공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대상에 응용해 한정된 자연환경과 자원을 어떻게 이용해 우리의 필요를 합리적으로 충족시킬 것인가를 숙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필요를 고려한다. 왜냐하면 퍼머컬처는 현재만이 아니라 먼 미래까지도 식량의 생산 체계와 환경자원의 이용 방식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식물, 동물, 건축물, 토양, 에너지, 물과 같은 기반구조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기반 자체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보다 경관 규모에서 그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에 관심을 둔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에 따라 생태적인 장점이 생기기도 하고 경제적인 이점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요소를 변형하기도 한다. ‘관계’는 퍼머컬처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말이다.


일부에서 퍼머컬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이 높지 않아 소규모 정원을 만드는 방법 말고는 쓸모가 없으며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까다로운 전체론적 접근을 사용하고 더 나아가 빌 몰리슨이 교주인 종교와 같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퍼머컬처의 탄생을 그저 고안한 것(something to devise)이라 낮추어 말하기도 한다. 자연과학에 바탕을 두었지만, 사회과학을 더해 많은 것을 다루고 윤리와 철학까지 이야기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연과학만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정주체계를 만들지 못한다는 빌 몰리슨과 데이비드 홈그랜의 뛰어난 혜안의 결과이다. 여기에 누구나 알기 쉬운 용어를 선택하고 이해를 도울 각종 그림과 도면,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다양한 점검표와 워크 씨이트를 만들어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를 만들었다. 어떤 이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을 것이고 자신의 세계관과 달라 왜 이런 작업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퍼머컬처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가장 훌륭하고 실제적인 지침서가 되고 있다. 「Gaia’s Garden : A Guide to Home-Scale Permaculture」의 저자 토비 헤멘웨이(Toby Hemenway, 1952~2016)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퍼머컬처는 체계적 접근 방식, 디자인 방법, 철학과 윤리, 사회운동, 실행방법의 집합'인 동시에 광범위한 개념이라 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이 복잡성을 몇 마디 말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퍼머컬처의 특징이며 이 특징으로 다른 농법과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 복잡성은 난해하며 기본 철학, 윤리 및 원칙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퍼머컬처에 대해 오해하거나 나쁜 고정관념을 갖기 쉽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런 오해와 불편함을 가지게 되었다면 퍼머컬처를 막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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