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말, 경제학인 토마스 멜더스(Thomas Robert Mathus)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인구증가가 인류의 경제적인 안정과 복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주장은 빗나간 듯 보였다. 이후 비약적인 식량 생산량의 증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로 녹색혁명이라 부르는 산업화된 농업의 결과였다. 첫 번째 녹색혁명은 1950년에서 1970년 사이 다수확이 가능하도록 육종된 쌀, 밀, 옥수수 등을 단일재배하면서 화학비료, 농약을 투입하고 다량의 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970년 이후 이러한 방식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저개발국가에 더 큰 규모로 적용하면서 두 번째 녹색혁명이 일어난다.
그러나 ‘맬더스의 망령’은 아직 지구상을 떠돌고 있다. 세계곡물 생산량의 10년당 증가율은 1990년 이전 2.2%에서 1990년 이후 1.2%로 둔화했다.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해로운 식품은 늘어나고 있고 밀, 쌀,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곡물생산은 식량작물의 다양성을 줄여 지역에 맞는 잠재적인 식량자원을 개발할 가능성을 줄인다. 더욱이 육식 중심의 식량소비는 인간이 먹어도 되는 곡물을 낭비적으로 동물사료로 사용하면서 식량배분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식량위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보류되었을 뿐이다.
농업은 무기물질을 유기물질로 합성해 우리에게 식량과 필요한 것을 만드는 활동으로 기본적으로 식물의 광합성을 활용한다. 아무리 빨리 달릴 수 있고 수준 높은 사고를 한다 해도 동물들은 광합성을 할 수 없고 식물만이 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려면 식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식물은 토양으로부터 물을 얻고 영양물질을 흡수하니 토양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기후와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또 종자를 선택하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하므로 이에 필요한 도구와 기계, 농자재 등 각양각색의 필요한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얼마나 어렵고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지 퇴비 만들기로 살펴보자. 재료를 아무렇게나 쌓아놓는다고 퇴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퇴비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과정를 이해해야 한다. 발효의 과학적 용어는 유기물질을 무기물질로 분해하는 소화(Digestion)인데 이 소화의 과정 중에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발효라고 부른다. 소화는 산소를 사용하는 호기성 소화,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혐기성 소화로 나누는데 혐기성 소화로 만들어진 것이 김치, 치즈, 요쿠르트이고 호기성 소화로 만들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퇴비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미생물이 간여한다.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미생물, 즉 예를 들어 호기성 미생물이 동작하기를 원하면 그 미생물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퇴비를 만들려면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듯 퇴비를 만들려면 미생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미생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추면 왜 습도를 조절하는지, 왜 퇴비를 섞어주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왜 탄소와 질소의 비율을 맞추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농업이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농업은 ‘종합과학’이다.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토양의 구조와 지형, 토양의 영양분 및 수분량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일사량, 기온, 강우, 바람과 같은 기후정보를 바탕으로 종자를 선택하고 경쟁을 배제하고 작물을 보살피는 경작활동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한다.
보통 농업의 생산성이라 하면 일정한 토지의 면적당 생산량을 말한다. <그림 1>에서와 같이 농사를 짓는데 토양자원 이외에도 에너지와 노동력을 활용하므로 에너지 투입당 생산량, 노동 투입당 생산량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 2>은 경작지의 질이 일정한 경우 토지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에너지를 많이 투입해야 하고 에너지 투입이 일정할 경우 토지면적당 생산량이 늘었다면 이는 경작지의 질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토지면적당 생산량에 대해 에너지투입과 경작지의 질은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문전옥답(門前沃畓)은 집 앞에 있는 경작지가 원해 비옥한 것이 아니라 집 근처에 있어 무언가를 많이 넣을 수 있어서, 즉 에너지 투입이 손쉬웠기 때문에 비옥하게 된 것이다.
이 그림을 바탕으로 토지면적이 아니라 에너지 관점으로 농업 생산성을 분석하면 농업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다. <표 1>은 미국의 옥수수 생산에 있어 단위 면적당 에너지 투입량, 노동력 투입량, 산출량을 1910년부터 1985년까지 시계열로 분석한 것이다. 화학비료와 살충제와 같은 물질이나 기계사용도 모두 에너지량으로 전환할 수 있어 노동력 이외 경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에너지량으로 전환해 103Kcal 단위로 표현하였다. 1910년에 ha당 1,236(103Kcal)의 에너지와 120시간의 노동력을 사용하여 7,520(103Kcal)의 옥수수를 생산했던 미국의 옥수수밭은 1985년에 10,303(103Kcal)의 에너지와 10시간의 노동력을 사용하여 29,600(103Kcal)의 옥수수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 기간 새로운 농업기술을 통해 노동력을 8%로 줄이고 산출물을 3.9배 늘렸지만, 에너지 투입량은 8.3배 늘어났다. 즉 토지생산성은 늘어났지만, 에너지 생산성은 1915년 6.08에서 1985년 2.8로 떨어졌다.
인구가 늘어 식량의 수요는 증가하고 농민은 노동자가 되어 그 수는 줄고 산업단지와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농지도 축소되니 이 방법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멜더스의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식량생산에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1910년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가 1985년에 다량 사용하게 된 것들을 살펴보자. 농기구, 가스, 전기, 화학비료(질소, 인, 칼륨), 화학제(살충제, 살균제, 제조제), 농기계(파종, 건조, 이동) 등이다. 이와 같은 물질과 에너지를 다량 사용할 수 있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바로 화석연료이다. 석유가 없었다면 이런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할 수 없고 이런 방식의 농법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화학영농이라 하는 산업화 농업은 앞에 두 글자가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석유’이다. 즉, 현대의 농업은 ‘석유화학 영농’이다. 미국에서 1칼로리의 식품에너지를 식탁에 올리려면 10칼로리의 화석연료가 필요하고 1칼로리의 식량에너지를 바다에서 얻으려면 12.5칼로리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지금의 농업이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고 지속성을 판단하려면 화석연료를 언제까지 쓸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할 차례이다. 시추공의 굴착 및 산출 시험에 의해 상업성이 있는 석유자원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확인되고 지질학적으로 연속성이 있는 광층의 매장량을 확인 매장량이라 하는데 대한석탄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석유는 1조200 Bbl(배럴, 약 159리터), 천연가스는 144조 m3, 석탄은 1조 316억톤이라 한다. 이러한 매장량을 지금과 같은 속도로 소비하면 석유는 2052년에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고 천연가스도 50년 정도 쓸 수 있지만 석유를 가스로 대체해 소비가 늘어나면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예측한다. 석탄은 가장 오래 쓸 수 있지만 70년 후인 209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이 기간은 각 자원의 추가적인 발굴 및 개발, 세계 경제의 상황,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소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고갈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30년이나 50년 뒤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석유나 석탄을 사용할 수 없게 될까. 자원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특정 시기에 석유의 생산량이 최대가 되는 피크오일(Peak Oil)이 나타난다. 1950년대 미국의 Shell Oil에 근무했던 지질학자 마틴 킹 허버트(Marion King Hubbert)는 1956년 당시 생산한 원유량과 확인된 매장량에 1,500억에서 2,000억 배럴을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시간에 따른 원유 생산량 그래프를 그렸는데 <그림 3>처럼 그 모양이 꼭지점(Peak)을 가진 종모양의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그림에 따르면 석유생산량이 최대가 되는 시기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1965년에서 1970년 사이이다. 새로운 유전의 발굴, 효과적인 채굴 및 생산기술의 발전 등으로 이후 이 그래프는 다시 그려졌지만, 정점이 존재하고 그 이후로 생산량이 급하게 떨어지는 모양은 변함없다. 최근에 가장 신뢰받고 있는 예측은 뉴욕주립대의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인데 <그림 4>에서 보듯이 2004년의 연구에서 2005년 피크오일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고 그 예측은 실제와 거의 같았다. 이는 생산하는 속도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소비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명확한 사실 때문이다. 50년 전 세계는 연간 50억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고 300억 배럴의 원유를 발견했지만, 지금 우리는 연간 300억 배럴의 석유를 소비하고 40억 배럴의 새로운 원유만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피크오일 이후 시대에는 석유가격이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석유를 손쉽게 쓰기 어렵게 될 것이고 이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식량생산과 그 가격은 불안정해질 것이다.
지난 100년간 농업은 화석연료 기반의 기술을 적용해 비약적으로 토지생산성을 높였다. 화석연료는 재생불가능하고 곧 소진될 것이기 때문에 인류가 경이롭게 달성한 식량의 토지생산성을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첫 번째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빨리 개발해 식량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오매스와 태양광발전은 모두 토지를 사용하므로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을 포기해야 한다. 즉, 에너지와 식량 생산의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식량 생산에 직접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이러한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왔으며 현재의 과학과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식량 생산에 있어 에너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식량의 공급과 분배에도 도움이 된다. 퍼머컬처는 두 번째 방법을 제공한다. 식량 생산에서 재생에너지의 수요를 줄이면 이 에너지를 꼭 필요한 난방, 취사, 의료 등 긴요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데이비드 홀그렌은 이렇게 말했다. “전통농업은 노동 집약적이고 산업화된 농업은 에너지 집약적이다. 퍼머컬처가 설계한 시스템은 정보와 디자인을 집약한다.” 이 말은 퍼머컬처가 농업 시스템을 계획하고 설계하는데 많은 시간과 다양한 정보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이르게 되면 적게 일할 수 있고 에너지도 덜 쓰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