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땅을 살리고 미래를 여는 생태적 동맹
퍼머컬처를 하나의 농법으로 분류한 글이나 책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다. 아마도 퍼머컬처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재단하는 전문가적 경향 탓도 있겠지만 퍼머컬처가 안정적이고 안전한 식량의 생산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농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무엇을 얼마나 투입해야 가장 경제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진 산업주의적 농학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생태학에서 농경지는 ‘초원 또는 산림과 같은 자연생태계와 도시와 같은 인공생태계의 중간 형태로 길들어진 생태계’ 혹은 ‘내부의 독립 영양체가 존재하지만, 에너지가 종속적이며 산출물이 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로 정의한다. 이렇게 농경지도 하나의 생태계로 볼 수 있는데 자연생태계와는 아래와 같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체계분석을 활용해 유기물질의 입력과 출력을 중심으로 자연생태계와 농경생태계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이 그릴 수 있다. 자연생태계의 경우 들어오고 나가는 물질의 양은 적고 토양 부문과 지상 부문 사이에서 순환하는 물질의 양이 많지만, 농경생태계는 들어오고 나가는 물질의 양이 많고 토양 부문과 지상 부문 사이에 순환하는 물질의 양이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농업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분야를 농생태학(Agroecoloy)이라 한다. 학문적으로 농생태학은 농작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로 농업을 중심으로 식물, 동물, 인간, 환경 간의 상호관계를 연구한다. 농생태학이라는 말은 1928년 러시아 농학자 바실 벤신(Basil M. Bensin)이 처음 사용했지만, 오랫동안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연구되지 않았다. 2차대전 이후 작물생태학에서 시작해 농업생태학으로 개념을 넓히면서 1990년대 캘리포니아 대학 환경학과 교수인 스티븐 글리스만(Stephen R. Gliessman, 1900~ )이 농생태학과 관련된 교재를 출판하고 생태학회와 농학회에 부문 학회가 만들어지면서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농생태학자들은 농업에 생태학적 원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종자, 화학비료, 살충제 등의 농업 전방에 있는 산업과 유통 및 가공산업 등 농업 후방에 있는 산업에 그 원인이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먹거리 전체 체계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농생태학은 작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연구하며 경제, 사회, 문화적 접근을 시작한다, 또한 농생태학적 접근에 동의하는 시민단체와 농민이 생겨나 농생태학은 과학으로서 학문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거리 체계에 대한 실천 활동과 사회운동을 지칭하기도 한다.
사회운동으로서 농생태학을 많은 사람에게 각인시킨 사람은 인도의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1952~ )이다. 반다나 시바는 캐나다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하고 인도로 돌아온 후 1984년 보팔의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살충제 제조공장의 가스노출 사고 이후 환경, 농업, 농촌 여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히말리아 산림을 보존하기 위해 여성들이 나무를 껴안아 지킨 칩코(Chipko)운동을 했고 유기농업과 공정무역과 관련한 사회단체인 ‘Navdanya’를 만들었다. 이후 종자 다양성의 회복,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반대, 여성농업인의 권리 신장 등의 사회운동에 앞장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여성농민활동가, 에코페미니스로 알려졌다. 그녀는 농업이 폭력적이고 자연 지배적인 산업 패러다임에서 상호 연결성과 다양성에 기초한 소농 중심의 생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지구의 안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은 바로 ‘농생태학’이라 주장했다. 그녀는 기업이 주도하는 산업화된 농업이 지구의 자연 자원의 75%를 사용하면서 전 지구적 식량생산 시스템의 25%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지역의 생활경제를 새롭게 하며 재생시키고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농업에 대한 근본적이고 유일한 대안이 농생태학이라 일갈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농생태학을 식물, 동물, 인간, 환경 사이에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산되는지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으로 공정한 식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거리체계의 구축 및 관리에 생태적 원칙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적용하는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접근방식이라 보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2014년부터 식량안보와 영양을 위한 농생태학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있으며 2019년, 이 심포지엄에서 10가지 주요 요소를 정리하고 승인했다. 농생태학의 10가지 요소는 아래 그림과 같다.
농생태학과 퍼머컬처는 가치와 철학, 지향점, 원리 등에서 유사하다. 농생태학이 생태학적 원리를 바탕에 두고 농업과 먹거리에 접근하는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라면 퍼머컬처는 하나뿐인 지구에서 사람을 보살피고 풍요를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 농업을 중심에 두고 생활방식을 지속가능하게 전환하는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농생태학과 퍼머컬처 모두 기존의 관행적인 농업에 대한 비판, 자연생태계 원리의 차용, 토양의 건강성에 대한 증진, 자원에 대한 지속가능한 이용,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보다 장기적, 생태적, 사회적 이익의 중시, 국가 단위의 계획이나 정책이 아닌 지역사회에 대한 대응 등에서 유사하지만, 농생태학은 농업과 먹거리 체계에 집중하고 퍼머컬처는 생활 전반을 다루며 다양한 디자인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농생태학과 퍼머컬처 모두 농업을 근본적으로 재편해 안전한 식량의 생산, 안정적인 영양의 공급,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 유지, 지역사회의 안정성과 회복력 증진, 물리적 풍요와 정신적 안위의 공정한 공유 등 인류가 당면한 새로운 과제에 대응하고 있다.
<참고>
1) 유진 오덤 지음, 이도원외 번역, 2001, 「생태학 : 환경의 위기와 우리의 자세」, 사이언스북스, Eugene P. Odum, 1983, 「Basic Ecology」, Saunderers College Pub. p
2) J. Tivy, 1990, 「Agricultural Ecology」, Logman Scientific & Technical. p63의 그림을 다시 그림
3) OECD 통계용어집 (https://stats.oecd.org/)
4) Steven R. Gliessman, 1998, 「Agroecology : Ecological Process in Sustainable Agriculure」, CRC Press.
5) 반다나 시바, 2019,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책세상, p25.
6) FAO Agroecology Knowledge Hub (https://www.fao.org/agroecology/ov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