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드 치킨은 맛있어

사실은 양념도 좋아해

by 쑤쑤

치킨집에 들어서면 우리는 메뉴판을 길게 보지 않았다. 몇 번 눈으로 훑는 척을 하다가 결국 같은 페이지에서 멈췄다. 후라이드 치킨. 데이트의 끝은 종종 치킨이었다. 특별한 날도 아니고 기억에 남길 만큼의 이유도 없었다. 하루가 무난하게 흘러간 날 우리는 가장 익숙한 선택으로 저녁을 마무리했다.


그 선택이 낯설지 않았던 건 나 역시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바삭한 소리, 아무것도 묻지 않은 맛. 그래서 우리가 늘 같은 메뉴를 고르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다만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 나는 양념 치킨도 좋아한다. 손에 소스가 묻는 것도 조금 번거로운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가끔은 그런 맛이 더 끌리는 날도 있다.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좋아하는 게 분명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각하게 됐다. ‘좋아한다’는 말과 ‘선택한다’는 말이 꼭 같은 뜻일까. 나는 양념 치킨을 좋아하면서도 늘 후라이드 치킨을 골랐다. 그가 좋아했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일이 좋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는 내가 원래부터 후라이드 치킨만 고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분명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한다.


이상하다고 느낄 만큼 큰 일은 아니었다. 굳이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그런 선택들이 쌓여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그게 맞는지 틀린지 따져볼 일도 없었다. 다만 그 안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는 가끔 생각하게 됐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마음 그리고 그 기울어짐을 굳이 문제 삼지 않게 되는 순간. 나를 잃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만을 고집하지도 않는 상태. 그래서 오늘도 나는 치킨을 고를 때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후라이드 치킨이면 충분하다. 언젠가 "사실 나는 양념도 좋아해”라고 말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선택이 거짓은 아닐 테니까.


사랑은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모든 걸 굳이 다 꺼내놓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순간들이 조금씩 쌓여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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