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추억의 맛집

by 쑤쑤

추워진 날씨 탓에 데이트 장소는 자연스럽게 쇼핑몰이 되었다. 바깥 공기를 피해 들어온 실내는 생각보다 붐볐고 우리는 특별한 목적 없이 층을 오르내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점심 시간이 조금 애매해졌다. 어디서 뭘 먹을지 정하지 못한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푸드코트로 내려갔다. 한동안 메뉴판 앞을 서성였다. 배는 고팠지만 딱히 끌리는 건 없었다. 먹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김치찜 앞에서 멈췄다. 김치찜에 계란말이. 실패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을 해두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그가 갑자기 ‘인생 김치찜’ 이야기를 꺼냈다. 아주 오래전에 한 번 먹어봤는데 유독 기억에 남아 있는 맛이라고 했다. 김치는 너무 시지도 달지도 않았고 고기는 숟가락만 대도 흐트러질 만큼 부드러웠다고. 이야기는 점점 구체적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직 먹어보지도 않은 김치찜을 상상하고 있었다. 마치 이미 알고 있는 맛처럼 말이다.


언젠가 그 집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꼭 가보자고 답했다. 그때 김치찜이 나왔다. 적당히 익은 김치, 국물에 반쯤 잠긴 고기 그리고 접시 한쪽에 놓인 계란말이. 그는 한 숟갈을 뜨고는 잠시 멈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 번 더 먹어보고 김치를 가만히 들춰보고 고기를 젓가락으로 찢어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이거… 너무 비슷한데.”


생김새도 냄새도 첫맛도 조금 전까지 말로만 존재하던 김치찜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이야기가 갑자기 현실로 옮겨온 것처럼 느껴졌다. 설마 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예전에 그가 먹고 감탄했다던 김치찜집은 어느새 유명해져 체인을 냈고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들어온 이곳이 바로 그 집이었다. 우연치고는 묘하게 정확했다. 웃음이 나왔고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 일부러 찾아온 것도 아니고 기억하고 있던 것도 아닌데 오래전 추억의 맛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굳이 애써 찾지 않아도 계획하지 않아도 다시 만나는 순간이 있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그저 웃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신기한 우연이었고 또 그렇다고 거창한 의미를 붙이기엔 또 과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애매함이 싫지 않았다.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우연들. 사랑도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대단한 사건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억 속에만 있던 이야기가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현실이 되고 그 순간을 함께 하게 되는 것.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의미를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다. 설명하지 못해도 우연처럼 찾아와 마음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그날의 김치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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