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개팅을 하면 보통 한 번만 만난다.
사람을 한 번 보고 다 알 수는 없다고들 말하지만
첫 만남에서 ‘아니다’ 싶으면 그 뒤의 시간과 에너지를 더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 만남으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한 번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문제는 그 사람이 너무 바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여름은 특히 바빠지는 계절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 두 번째 약속을 잡았다.
나 역시 당직을 서느라 지치고 힘든 날이었고
시간이 애매해 집에 잠깐 들렀다가 다시 나와야 하는 일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약속 직전에 취소할까도 생각했다.
몸이 피곤하니 마음의 여유도 사라졌고
그가 예약했다는 식당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간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형식상으로 중간이긴 했지만
그의 생활권에 조금 더 가까운 곳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 사실이 괜히 마음에 걸렸고
나를 배려하지 않은 결과라고만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는 최대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식당을 찾았고
그중에서도 분위기 좋은 곳을 고심 끝에 예약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 선택에 담긴 마음을.
그날은 폭우가 쏟아졌다. 운전은 생각보다 험난했고
식당에 거의 도착할 즈음엔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약속 시간에도 늦어버려 마음은 더 불편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어색하고 복잡한 감정을 안은 채 식당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도착하기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새하얀 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뿅 갔다’는 표현 말고는 딱 맞는 말이 없었다.
느닷없이 파스타 할 줄 아느냐고 묻기에
“소스 넣고 삶은 면 같이 비비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더니
웃으며 언젠가 꼭 파스타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약속처럼 느껴저
이상하게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그는 이곳저곳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사진을 넘길수록 풍경보다 먼저 그곳에 있던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어떤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문 닫을 시간.
아쉬운 마음을 애써 접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되었다.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그리고 가끔은
조금 무리한 약속이
인생에 길이 남을 설렘을 데려오기도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