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나의 경우에는
그가 단기 선교를 떠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그는 초등부 아이들과 함께 단기 선교를 떠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일정이었다.
선교를 준비하는 시간만으로도 빠듯해 보였고
그 외에도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주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카톡으로 하루를 나누며 충분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리고 아주 만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러 온 짧은 순간에
잠시 얼굴을 보기도 했고 시간을 쪼개 밥을 먹은 적도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밥만 먹고 헤어지는 만남이었지만 그마저도 고마웠다.
늘 바빠 보이는 그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은 애써 접어두었다.
그러다 단기 선교를 떠날 날이 다가왔다.
이제 한국에 없을 테고 연락도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선교를 가면 휴대폰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은 조금 달랐다.
얼굴을 보지 못해도 연락은 이어지고 있어서 괜찮았는데
그마저도 당분간 어렵다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내가 왜 이럴까.’
아직 서로를 잘 안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조용히 눌러두었다.
그런데 “잘 도착했어요”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 짧은 한 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혼자 괜히 들떠서 휴대폰을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봤다.
연락이 잘 안 될 거라던 말과는 다르게
우리는 여전히 메시지로 안부를 나누고 있었다.
바쁘고 힘든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보내는 안부가 고마웠다.
아직 깊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가 나눠주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선교가 끝난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아플 정도였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뿐이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함께 있다가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다.
이제 또 언제 보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음 날 바로 만나게 되었다.
퇴근 후에만나 밥을 먹고 카페에 앉아 있을 때였다.
그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지금까지 왜 결혼 안 했어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돌려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
아직 결혼하고 싶을 만큼의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빚은 없는지를 물었다.
순간, ‘이건 무슨 면접이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웃으며 하나하나 대답했고
모아둔 돈이 조금 있다는 이야기를
괜히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런 질문을 했다면
아마 마음이 닫혔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질문은 부담스럽기보다
앞으로를 함께 생각하려는 사람의 말처럼 들렸다.
그 순간, 이 사람은 당장의 설렘보다
앞으로의 시간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생각 하나로 관계는 천천히
다음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오빠가 되었고
어느새 그 사람과 나는
우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