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

by 진망구스


와, 씨발 존나 재밌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온에어 된 드라마 인간수업을 정주행 했다. 엄청 기다렸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하도 많이 광고를 때리기도 했고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쓰에 나왔던 김동희 배우가 주연이라길래 눈길이 한번 더 가기도 했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 지하철에서 웬일로 와이파이가 아주 빵빵하게 잡히길래 1화를 틀었다가 결국 오늘 시즌1 총 10화 정주행을 마쳤다. 와, 진짜 졸라 재밌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는 잘 시청을 안 하게 됐었는데 그 이유는 오리지날 시리즈 특유의 '자 우리는 이제 겁나 웅장한 이야기를 할 건데, 뭔가 알듯 말 듯 졸라 애매하게 조잡한 느낌이 나 그건 네가 감안하고 봐줘' 하는 느낌(특히 영화)이었다. 넷플릭스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오리지날 시리즈를 만들던 초기 시절에 만들어진 컨텐츠들이라 그런 느낌을 줬던 것 같기도 하고. 요즘에는야 뭐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만 한 게 없다.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주저 없이 빌어먹을 세상 따위를 고르곤 했는데 (물론 킹덤을 보고 난 후 거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급 질문이 됨) 일단 주인공들이 아빠에게 죽빵을 날리거나 웨이트리스에게 쌍욕을 날리는 등 별로 착하지 않아서 재밌었다.


주인공이 악당, 쓰레기, 개새끼면 재미가 없을 수 없다. 장르를 따질 것 없이 허구한 날 착하고 정의롭고 절대선에 가깝게 비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드라마, 영화가 너무 많아서,라고 하면 너무 중2병스럽나. 그렇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렴풋이 주인공이 결국 뭐가 됐든 도의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고 해피 엔딩이건 새드 엔딩이건 주인공은 결국 개새끼는 아닐 것이란 걸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할 것이다. 그 과정이 재밌는 거지. 그래서 그런가 데드풀이 깡통맨의 영웅은 용서 어쩌구 하는 소리를 좆 까고 프랜시스의 머리에 가차 없이 총을 쏴버리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넘어 그래 씨발, 나 같아도 죽였어 깔깔깔 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들을 콕 집어 거꾸로 뒤집는 게 좋다. 드라마, 영화니까.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은행을 털고 온갖 개새끼 짓을 다하고 하면 그건 당연히 그냥 미친 범죄자에 불과하지만 주인공이 대신 개새끼 짓을 하고 다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주인공의 엽기적인 행적들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와.. 시발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그래도 좀만 더, 더, 더, 좀 더 보여줘 하는 느낌? 생각? 이 드는데 그게 꽤 재밌다. 보니와 클라이드(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부터 조커까지 뱅크잡, 도박, 사기, 살인 등 범죄 미화 논란이 있는 영화들에 열광하는 이유도,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의 주인공들(악당이라고 딱 말하지는 못하지만)이 선사하는 잔혹한 결말 장면들에 거북함을 느끼지 않고 깔깔거리며 속이 시원해지는 이유도 이런 맥락 아닐까. 헤이트 풀 8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웬만한 코미디 영화를 볼 때 보다 훨씬 크게 웃음. 진심 최고.


같은 맥락에서 인간수업도 진짜 간만에 재밌게 본 개새끼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였다. 개새끼 타령은 접어두고 주연 배우들을 찬양해보자면, 이태원 클라쓰에서 김동희 배우의 장근수가 차를 타고 박새로이를 따라가는 장면에서 운전대를 탁 치며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인 거야' 하는 대사를 치는데... 와 진짜 존나 구리다! 하며 미간을 찌푸리다 못해 구겨버렸던 기억 때문인지 이전에 잘했던 연기들은 다 잊고 김동희 배우의 연기는 딱히 기대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인간수업을 보고 역시 그건 그냥 이태원 클라쓰 자체가 웹툰 원작 드라마 특유의 오바하는 느낌 때문이었던 걸로. 인간수업의 오지수 역 연기를 보고 난 후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구나 싶었다. 이전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쓰에서 볼 수 없었던 연기를 해서 그런 건지 겁나 출렁거리는 감정선을 딱딱 보여줘서 그런 건지. 앞으로도 김동희 배우가 하게 되는 작품들을 챙겨 보게 될 것 같다. 배규리 역을 맡은 박주현 배우는 인간수업이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배규리라는 캐릭터가 딱 이렇다 하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전에 본 적 없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텅 비었는데 강렬한 눈빛(?)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김진민 감독이 박주현 배우에게 배규리라는 캐릭터를 같이 만들어가자고 했단다. 덕분에 대체 불가한 배규리 역 박주현이 탄생 내지 발견된 듯. 이 배우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되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최근 종방한 반의반이라는 드라마에도 조연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다음 주연작이 아주 기대된다. 다른 배우들도 각자 배역에 찰떡같이 어울리고 또 연기도 정말 잘해서 인간수업을 보는 내내 연기 때문에 몰입에 방해되는 일은 없었다.


간만에 졸라 재밌는 드라마를 보고 잘 봤다, 하는 생각이 들면 늘 경건한 마음으로 의식처럼 치르는 다른 사람 리뷰 찾아보기를 했는데 역시 사람 생각이 다 똑같은지 다들 재밌다는 반응이다. 다만 몇몇 리뷰에서 자꾸 범죄를 저지른 지수와 규리의 끝은 좋게 될 리가 없다, 좋게 되면 안 된다 하는데 솔직히 좀 짜증 난다. 물론 그들의 개인적인 생각과 의견은 당연히 존중하고 자기 리뷰, 자기 맘이라 거기다 대고 '그걸 왜 니들이 정하세요?ㅋㅋ' 따위의 시비조 댓글은 달지 않고 지나쳤지만 막말로 청불 등급까지 달아놓고 무슨 이유로 권선징악의 교훈까지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극 중 오지수의 '남들한테 피해만 안 끼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대사로 함축할 수 있는 가치관(불법과 악은 다르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라곤 못하겠다. 범죄를 저지르는 개새끼들은 맞는데, 차마 옹호해주지 못하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으렴, 죽어 이 씨발롬들아!!! 하고 저주를 내릴 정도로 희대의 씹새끼들까지는 또 아니라는 거지. 극 중 성매매업을 하는 캐릭터들의 100%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전제 하에, 성매매를 하는 것을 돕는 사실상 포주 일이 극 초반 배규리가 서민희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남한테 피해를 준 건 아니니까 아니요!라고 단순히 말할 만큼 가벼운 주제도 아니고(솔직히 카톨릭 집안 출신으로서 씨바 하면 안 되는 나쁜 게 맞긴 하지 아멘) 아무리 자발적이라고 해도 그런 선택을 할 환경을 만든 사회구조에서 나오는 책임에 대한 부분도 분명 무시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하기에는 물음표가 찍힌다는 것이다. 물론 극 후반부에 오지수의 '징' 당할만한 '악'에 가까운 잘못이 있긴 한데.. 청소년 교육용 ebs 프로그램이 아니니까 하고 어쨌든 권선징악 전개에 반대, 오지수와 배규리를 옹호해본다.


메이킹 영상에 나온 제작진과 배우들의 의도대로 단순히 재밌게 보는 것을 넘어서 여러 생각도 할 수 있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 인간수업. 뜨거운 반응을 얻은 만큼 시즌2가 억지로라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보는데, 혹시라도 이후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된다면 주인공들의 결말이 무작정 파멸로만 치닫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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