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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_잇다! 30화

죽음을 기억하라.

- 한스 홀바인 <대사들>

by 유노 쌤


원정 승리를 거둔 개선장군은 로마로 돌아가면서, 행렬을 따르는 노예들에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외치게 했다. 자만을 경계하고 겸손해지라는 명령이었다. 군인이란 어떤 전장에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존재였다.


헨리 8세는 20년간 부부 관계를 유지하던 왕비와 이혼을 원했다. 교황은 가톨릭의 교리에 따라 허락할 수 없었다. 헨리 8세는 이혼과 함께 왕권 강화를 위해 국교를 영국국교회(성공회)로 바꾸길 원했다. 이는 스페인 황실 그리고 인척 관계에 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등이 관련된 외교적 문제였다.


장 드 당트빌과 가톨릭 주교 조르즈 드 셀브는 영국의 프랑스 대사로 파견되었다. 이 둘은 동향 사람이었다. 당트빌은 만남을 기념하려 영국 최고의 화가 한스 홀바인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대사들(The Ambassador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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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바인은 이 작품에 다양한 의미를 숨겨 놓았다. 화려한 치장의 대사는 손에 칼을 들고 있다. 그 칼에 적힌 숫자 29는 그의 나이다. 주교의 나이는 오른쪽 팔 아래 책에 적힌 숫자 25로 알 수 있다. 분명히 이 둘은 젊고 성공한 인물이다. 탁자 상단에는 달력, 해시계 등을 그려 대사들이 높은 이성을 갖춘 인물임을 강조했다. 탁자의 아래 칸에는 고향 폴리시가 그려진 지구본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줄이 하나 끊어진 루트와 파이프 하나가 빠진 플롯이 있다. 전쟁까지 부를 수 있는 위태로운 외교적 상황을 암시한다. 또한 홀바인은 개신교와 가톨릭의 찬송가를 마주 보게 그려 넣어 신교와 구교의 화합을 기원했다. 가장 아래 바닥 부분에는 아나모픽이 들어 있다. 비스듬하게 보면 이것은 분명 해골이다.


대사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며 이혼 문제에 관여하며 역사 문제에 참여할 것이다. 그들은 인생을 건 한판 승부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 옳은 선택이 아니라면 바로 죽음이다. 두 대사는 죽음을 앞에 두고 높은 지성으로 선택해야 한다. <대사들>에 죽음을 넘어설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가 그려져 있다. 왼쪽 위 커튼 뒤를 보라.


<대사들(The Ambassadors)>

예술가: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 1497/1498년~1543년)

국적: 영국

제작 시기: 1533년

크기: 209.5×207㎝

재료: 판넬에 유화

소장처: 런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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