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
신라시대에는 여왕이 있었다. 진골은 모두 왕이 될 수 있었다. 타고난 성별이 아니라 혈통이 중요한 사회였다. 고려 시대는 여성의 지위는 남자와 동등했다. 일부일처제에 재산도 균등하게 분배했다. 또한 여성도 호주가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여성 인권의 큰 격변은 조선시대 유교 중심 사회로 전환되며 시작되었다. 칠거지악, 삼종지도 같은 말은 모두 조선시대가 철저한 남성 중심 사회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이탈리아 최초 직업 여성화가다. 화가인 아버지는 그녀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았다. 그녀가 17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그녀의 미술 교육을 위해 아고르티노 타시를 강사로 고용했다. 하지만 여성 편력이 있던 스승 타시는 그녀를 성폭행했다. 그녀는 그를 단호하게 법정에 세웠다. 재판부는 오히려 그녀가 순결한 여인이었음을 검증하려 고문까지 자행했다. 재판 결과 타시는 2년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그녀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타시는 교황과의 친분으로 쉽게 풀려났다. 이 사건은 그녀에게 마음속 큰 앙금을 남겼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는 유디트가 여성의 몸으로 적진에 들어가 술에 취한 적장을 제거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카라바조가 그린 동명의 작품과 달리 젠틸레스키의 작품은 매우 강한 역동성이 있다. 그녀의 작품 속 유디트는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 구레나룻을 움켜쥐고 얼굴을 누르는 왼팔과 긴 칼을 잡고 목을 자르는 오른팔에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홀로페르네스를 처단하는 유디트는 자신에게 고통의 준 타시를 처단하는 자신의 모습이다. 유디트의 팔에는 자신의 순결을 증언하듯 아르테미스 팔찌가 그려져 있다.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는 유명한 미술 애호가였던 메디치가의 주문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그녀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여성도 역사화나 종교화를 그릴 수 있음을 작품으로 증명했다. 그녀는 사람에게 타고난 한계란 없음을 보여주었다. 우리 몸의 유전자에도 사람의 의지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없다. 오랜 인류 역사의 잔재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적 한계는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 사람으로 자신 능력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기다려 본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예술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년~1654년)
국적: 이탈리아
제작 시기: 1614년~1620년
크기: 199×162.5㎝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