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이 야로센코 <삶은 어디에서나>
1825년 차르의 절대권력에 도전했던 러시아의 젊은 장교들이 입헌 군주제의 실현을 꿈꾸며 데카브리스트 난을 일으킨다. 실패의 결과는 혹독했다. 많은 젊은이에게 시베리아와 같은 외딴 변경에 보내는 형벌인 유형이 내려졌다. 이 고난의 유형에 그를 사랑했던 아름다운 여인들도 함께했다. 이 사랑은 사람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았다.
야로센코의 작품 <삶은 어디에서나(Life is everywhere)>는 유형을 받은 정치범의 긴 여정 중 한순간을 그렸다. 시베리아행 열차에는 젊은 부인과 아기가 함께 탔다. 여러 날이 걸리는 기차 여정은 힘들었을 것이다. 기차는 겨우 간이역에 잠깐 멈출 뿐이었다.
어느 날 열차가 간이역에 잠시 정차했다. 그 사이 혁명가들은 기차 창틀 사이로 햇빛을 즐기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들어 올려 먹기에는 부족했을 빵조각을 아이의 손에 쥐여 주었다.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아이는 비둘기에게 작은 빵조각을 던져준다. 엄마는 아기에게 나눔의 기쁨을 가르치고 있다. 이 순간 가족에게는 참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극한 상황에도 사랑을 실천하며 행복을 느끼는 삶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그림이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최고의 감정인 사랑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그가 마지막 빵을 먹어 치워 버렸으므로 내일 먹을 빵이 없으며, 셔츠와 바지를 주어 버린 일을 생각하자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그러다 그가 빙그레 웃던 일을 생각하자 마음 속이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
1937년 9월에서 10월 사이 연해주 지역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 태워져 6,400㎞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했다. 그 이동 중 많은 사람이 차량에서 굶어 죽고, 병들어 죽었다. 그 시신들은 장례식도 없이 정차한 역에 버려졌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허벌판 얼어버린 동토에 내팽개쳐졌다. 추위를 막을 땔감조차 없었다. 그 추운 겨울 고려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견디고 버텼다. 그들은 살아 그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이방인으로 따뜻한 햇볕조차 허락되지 못했을 고려인들의 삶에 짧은 행복한 순간만이라도 허락되었길 간절히 애원한다.
<삶은 어디에서나(Everywhere life)>
예술가: 니콜라이 야로센코(Nikolai Alexandrovich Yaroshenko, 1846년~1898년)
국적: 러시아
제작 시기: 1888년
크기: 212×106㎝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트레차코프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