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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_잇다! 22화

우리의 시각은 좁다.

- 앙투안 장 그로 <자파의 페스트 환자를 방문하는 나폴레옹>

by 유노 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1809~1865)은 노예 해방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주된 관심은 미국 북부와 남부의 분리를 막아 미연방의 유지하는 데 있었다. 사실 그에게 노예 해방 선언은 인류애에 기초한 용기 있는 선택이었기보다 정치인으로서 취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이집트 원정을 시작한 나폴레옹은 시나이 반도를 넘어 자파라는 도시를 점령했다. 하지만 페스트가 퍼지면서 하나둘씩 부하 장병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에 모스크 사원을 개조해 페스트 병원을 만들게 했다. 그로의 작품 <자파의 페스트 환자를 방문하는 나폴레옹>은 나폴레옹이 병원을 방문해 장병들을 위문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주변 지휘관이 코를 막고 얼굴을 돌리는 와중에도 나폴레옹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 영웅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심지어 나폴레옹은 나병 환자를 만져 병을 고치신 예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영웅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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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그림은 페스트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나폴레옹이 각종 악행을 덮고 정치적 반대파를 잠재우기 위해 만든 하나의 정치 선전물에 불과하다. 이 그림의 불손한 동기는 이 작품이 가진 비정상적인 크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로는 다비드에게서 사사를 받았다. 그 스승의 그 제자답다.


선거 기간이다. 정치인들이 시장, 양로원 등 사회 소외계층을 찾는 연례행사를 하고 있다. 정치 선전물을 만들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다. 문제는 이것을 누군가는 더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대중들이 이미 이런 행동을 외면하는데도 불구하고 후보에게 좋은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용비어천가까지 부르고 있다. 그로가 나폴레옹의 후원이 필요했듯.


대중은 모든 사실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의 인식 체계는 매우 협소하다. 우리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매우 좁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이라는 착각》에서 저자 닉 채터는 1.4Kg의 뇌가 얼마나 단편적 정보를 받아들이고 멍청하게 판단하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한 번에 하나의 색을 볼 수 있고, 알파벳 15개 정도만 인식한다. 우리는 그런 본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작은 뇌가 모여 집단적 큰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자파의 페스트 환자를 방문하는 나폴레옹(Bonaparte Visiting the Pesthouse in Jaffa)>

예술가: 앙투안 장 그로(Antoine Jean Gros, 1771~1835)

국적: 스페인

제작시기: 1804

크기: 715×523cm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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