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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Jul 21. 2022

생명을 교육 중심에 놓다.

 - 조셉 라이트 <공기 펌프에 있는 새 실험>

대학 해부 실습 시간이면 늘 번잡하고 시끄럽다. 닭이라도 해부하는 날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여학생들은 닭을 잡는 것부터가 고난의 연속이다. 날개 죽지를 잡아 살겠다며 푸덕거리는 닭의 숨통을 누르고 있자면, 눈물을 흘리는 친구까지 등장한다. 해부가 진행되면 제대하고 복학한 선배가 분주해진다. 해부 실습이 끝나면 곧바로 요리를 하겠다고 깃털을 뽑기 위해 물을 끓인다. 이미 실험실 한쪽 구석에는 각종 식자재와 소주 몇 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조셉 라이트의 <공기 펌프에 든 새 실험>은 그 당시 유행했던 과학 강연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진공 펌프가 유리 용기 안의 공기를 서서히 빼고 있다. 그 속에는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놀라 힘없이 날개 죽지를 늘어뜨린 회색 앵무새가 있다. 이를 관찰하는 관람자는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다. 한 신사는 사색에 빠졌고, 또 다른 신사는 무덤덤하게 실험 시간을 재고 있다. 소년은 뭐가 그리 흥미로운지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다. 한 소녀는 애처로워 고개를 돌려 버렸고, 다른 어린 소녀는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작품의 왼쪽에는 실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서로에게 눈빛을 보내는 한 쌍의 연인도 보인다. 

과학자의 시선은 우리를 향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며 질문을 던진다. “공기를 계속 뺄까요? 아니면 서서히 공기를 주입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교사로 가장 시선이 가는 등장인물은 두 소녀를 다독이는 신사다. “이건 실험이야. 얘야! 이걸 잘 보렴.”이라는 말을 하는 듯하다. 사람이면 누구나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이 실험은 진공펌프의 성능을 확인하는 실험이 아니라면 생명과학 관점에서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산소라는 생명물질은 이 작품 시기보다 늦은 1774년 영국 과학자 프리스톨리가 발견했다.  


한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온 우주의 역사가 필요하다. 우주 만든 물질은 45억 년 전 지구를 생성했다. 지구가 등장한 후 45억 년이라는 부단한 진화 과정 동안 수많은 형태의 생명을 만들어갔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과거 온 우주의 역사를 모두 품고 있다. 그러기에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누구든 생명을 위협하면 안 된다. 


우리는 생명 중심 교육에 조금 어색하다. 생명을 왜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나마 이제 학교에서는 재미나 흥미 삼아 진행되는 해부 실습은 할 수 없다. 해부 수업을 하려면 학교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충분히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그 결과 이제 학교 현장에는 해부 실습이 거의 실시되지 않는다.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학생 생활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생명을 교육 중심에 놓아야 한다. 


<공기 펌프에 있는 새 실험(An Experiment on a Bird in an Air Pump)>

예술가: 조셉 라이트(Joseph Wright, 1734~1797)

국적: 영국

제작 시기: 1768

크기: 183×224㎝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런던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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