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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_잇다! 13화

너희는 내 삶의 보상이다.

- 티치아노 베첼리오 <시시프스>

by 유노 쌤


학교 일은 늘 반복된다. 매년 3월에 신입생을 받고, 새 학년이 시작된다. 1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짧다. 열심히 가르치다 보면 금방 학년이 끝난다. 3월이 되면 학생은 진급하고, 교사는 다시 새 학생을 맡는다. 모든 일은 반복된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잠시라도 포기는 할 수 없다. 월요일에 처진 몸을 일으켜 억지로라도 학교에 등교해야 한다. 바로 앞의 일에 전전긍긍 일을 하다 보면 주말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잠시의 해방감을 기뻐하지만 정신 차리면 어김없이 월요일이다. 교사의 일상은 늘 이렇게 돌고 돈다.


제우스는 시시프스가 신의 일에 간섭한 죄로 그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뾰족한 산으로 무거운 바위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힘들게 밀어 올린 바위는 산꼭대기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자기 삶의 에너지를 다 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바위를 올린다. 시시프스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한 바위는 허무하게 굴러 떨어진다. 모든 노력이 상실된다. 이를 바라만 봐야 하는 시시프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더군다나 시시프스는 죽은 몸이라서 다시 죽지도 못한다. 무의미한 이 일을 영원히 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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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 베첼리오는 <시시프스>에 이 상황을 잘 표현했다. 검은 구림이 덮인 산은 목표조차 가늠할 수 없다. 무거운 바위를 어깨에 지고 땅만 바라보며 힘든 발걸음을 옮긴다. 뒤로는 휘둥그레 눈을 뜬 괴물이 그를 항시 감시하고 있다.


교사이라는 직업에는 그나마 희망이 있다. 반복적이지만 가르칠 학생은 늘 새로운 학생이다. 더 나아가 어린 학생은 늘 성장하고 변한다. 늘 굴러 떨어진 바위는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직업의 무게이겠지만 그만큼의 보상도 뒤따른다. 바로 만족감이다. 하지만 나의 교육 활동이 늘 학생에게 좋은 기억이 되진 않는다. 나의 마음을 곡해할 수 있다. 교육은 늘 부조리하다.


최근 제자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나의 삶의 에너지를 받아 조금이나마 성장했었기를 그리고 그 에너지로 자신의 삶의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기를 소망한다.


나에게 정상에 바위를 옮겨 놓았던 일은 허망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시시프스(Sisyphus)>

예술가: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ca.1490~1576)

국적: 이탈리아(베네치아)

제작 시기: 1548~1549

크기: 237×216㎝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프라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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