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라고 우습게 여기지 마시라!
꼬리를 한없이 작은 존재로만 여겼던 우리네의 고정된 관념을 뒤집는 4단계의 역설.
1단계|쥐꼬리의 비애: 우리는 늘 ‘끝’에 매달려 산다
“이제 노루 꼬리만큼 남았네.”
어른들이 남은 시간을 두고 하시던 이 말씀이 유독 뼈아프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벽걸이 달력은 이제 단 한 장의 무게조차 버거워 보이고, 며칠 남지 않은 날짜들은 벼랑 끝에 간당간당하게 매달린 꼬리처럼 위태롭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에서 ‘꼬리’는 늘 결핍과 부족함의 상징이었다. 한 달의 고단함을 보상받기엔 턱없이 가벼운 ‘쥐꼬리만 한 월급’, 거대한 조직의 끝자락에 매달린 듯한 직장 생활, 연말이라는 성적표 앞에 내밀기엔 어쩐지 초라해 보이는 결과들까지.
우리는 늘 이 짧고 보잘것없는 꼬리에 매달려, 지난 시간이라는 거대한 몸통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왔다. 그런데 정말, 꼬리는 이토록 무력하기만 한 존재일까.
2단계|꼬리 자르기의 비정함과 꼬리곰탕의 역설
세상은 참 비정하다. 문제가 생기거나 책임질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말이 ‘꼬리 자르기’다. 가장 약한 곳, 가장 끝에 있는 것부터 냉정하게 잘려 나간다. 어쩌면 우리 역시 한 해를 정리하며, 스스로의 부족했던 시간들을 ‘잘라내야 할 실패한 꼬리’로 취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탁 위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소의 부위 가운데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꼬리다. 안심이나 등심은 불 위에서 잠깐 구워 사라지지만, 꼬리는 다르다. 차가운 물에 핏물을 빼고, 뜨거운 불길 위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야 비로소 진하고 뽀얀 국물을 내어준다.
지난 1년이 쥐꼬리처럼 초라해 보였을지라도,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삶을 끓여온 당신의 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다. 이미 누군가의 마음을 데울 수 있는 진국이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3단계|반전의 기술: 토끼 꼬리는 방향타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꼬리는 반전을 만든다. 토끼의 꼬리는 그저 작고 귀여운 장식이 아니다. 맹수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순간, 토끼가 급격히 방향을 틀 수 있는 비밀은 바로 그 짧은 꼬리에 있다. 꼬리는 몸의 균형을 잡고 추진력을 조절하는 정교한 방향타이자 엔진이다.
지금 우리 앞에 남은 ‘노루 꼬리’ 같은 시간도 다르지 않다. 지난 11개월이라는 거대한 몸통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왔을지라도, 남은 며칠을 어떤 태도로 흔드느냐에 따라 궤적은 달라질 수 있다.
경제 용어 중에 ‘왝더독(Wag the Dog)’이라는 말이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내년을 결정하는 것은 지나간 시간의 관성이 아니라, 지금 이 짧은 시간에 담긴 의지다. 꼬리가 힘차게 흔들릴 때, 몸통도 비로소 방향을 바꾼다.
4단계|당신의 꼬리는 이제 ‘안녕(安寧)’이 아니라 ‘안녕(Hi)’이다
이제 꼬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할 때다. 꼬리는 몸통의 서글픈 끝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위한 도약대다. 그러니 세상의 비겁한 꼬리 자르기에 상처받지 말고, 성과가 작다고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도 말자.
지나간 시간에 “안녕(Goodbye)”을 고하며 고개를 숙이기보다, 다가올 시간을 향해 꼬리를 세우고 “안녕(Hi)”이라 인사해 보자. 당신이 흔드는 그 작은 꼬리의 진동이, 결국 당신 인생이라는 거대한 몸통을 꿈꾸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마법은, 끝을 ‘마무리’가 아니라 ‘도약’이라 믿는 사람에게만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