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요’ 신드롬(Syndrome)

애매함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우리시대의 현상

by 박동환


Episode 1.

KLPGA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리포터가 소감을 물었다.
“기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어서 우승 비결을 묻자 대답이 이어졌다.
“캐디와 호흡이 잘 맞은 것 같고, 동반 플레이어들이 최선을 다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Episode 2.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의 대화.
“철수야, 1번 문제 답이 뭐지?”
“3번인 것 같아요.”
“3번이면 3번이지, ‘3번 같아요’는 뭐니? 자신 있게 말해봐.”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Episode 3.

유행어를 연구하는 학자가 제자에게 물었다.
“너는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쓰니?”
“저는 잘 안 쓰는 것 같아요. 근데 제 친구들은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웃자고 한 얘기다. 과장된 듯 보이지만, 요즘 대화 끝마다 “같아요”라는 말이 꼭 따라붙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이 말을 쓰지 않으면 마치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입에 달고 사는 지경이다. 굳이 어법이나 표준어를 따지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확신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습관은 분명 문제로 보인다.


‘같다’는 말은 본래 ‘다르지 않다, 전과 변함이 없다’는 뜻의 형용사다. 막연한 추측이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단정하기도 하고 미루어 생각할 때도 쓰인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을 피해가거나 책임을 희석하는 말버릇처럼 쓰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어떤 한국어 학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첫째, 잘라 말하는 것이 너무 모질게 느껴지기 때문이고,
둘째, 젊은 세대의 자신감 부족, 불확실성, 책임 회피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언어 습관이 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급격히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20여 년 전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같기도’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모호한 상태를 희화화했는데, 그것이 당시 크게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모든 언어를 대폭 줄여 쓰고 없던 말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같아요” 한마디쯤이 뭐 그리 대수냐는 시각도 있다. 어쩌면 꼰대식 잔소리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어는 단순한 습관을 넘어 생각과 정서를 형성한다. 정체성 없는 언어가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과 태도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가볍게 넘길 일만은 아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녹천관집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닮음은 진짜와 같이 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 이미 가짜이며 진짜는 닮음으로 대신할 수 없다."

말 역시 그렇다. 자기 목소리가 분명해야 정체성이 선다. 말이 흐리면 생각도 흐려진다.
“같아요”가 단순한 유행어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짚고 넘어가야 할 징후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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