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원하는 걸, 언제는 쉽게 얻었던가?
어젯밤 꿈을 꿨다. 꿈속에서 장편소설을 하나 썼다.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잠이 깨고 선잠이 든 잠시 동안 머릿속에서는 소설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30분이 흘렀다.
선명하게 그려지던 문장들이 안갯속을 헤매듯 흐뭇려졌고, 단 한 문장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조각조각 기억들을 떠올리기 위해 부단히 도 애를 써보지만 아무것도 조합되지 않는다.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떠돌았지만, 아무 글자도 눌러지지 않았다.
꿈속에서는 너무나도 선명했던 이야기. 등장인물의 표정, 배경의 분위기, 사건의 흐름까지 생생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사리진 퍼즐 조각을 찾으려는 기분이었다.
'분명 뭔가가 있었는데...'
머리를 감싸 쥐고 애써 기억을 끌어내 본다.
'주인공은 누구였지?'
'어떤 사건이 재미있었는데...'
하지만 남아 있는 건 희미한 감각뿐이었다. 흥미진진했다. 재미있었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정작 그 재미를 현실로 옮길 수가 없다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대로 두면 꿈속의 소설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거나 적자. 일단 적어보자."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몇 글자라도 남기면 떠오르겠지?'
그런데.
커서를 깜빡이며 멈춰 있는 노트북 화면만 30분째... 바라보고 있다. 단 한 글자도 나오지가 않는다.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러곤 이 글을 쓰면서 또 다른 생각에 잠긴다.
'인생이 원하는 걸 언제는 그렇게 쉽게 얻었던가?'
억지로 붙잡을수록 더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 기억도 그렇고, 글도 그렇다. 그리고... 사랑도, 미련도. 놓아주는 게 곧 잊는 건 아니다. 포기가 아니라, 흐르게 두는 것뿐. 언젠가, 자연스럽게 다시 돌아올 것들은 어느 순간, 더 선명한 모습으로 찾아올 테니까.
그래!!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지금 떠오르지 않는 문장도, 지금은 잡히지 않는 감정도, 지금은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어느 날 문득,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더 명확하고, 더 단단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만두는 건 패배가 아니다. 진짜 후회는 그만두었을 때가 아니라, 그만두어야 할 순간을 놓쳤을 때 찾아오는 법이다.
그러니 집착하지 말자.
놓아줄 수 있어야, 더 깊이 가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여기까지.
다음번에 더 가볍게, 더 선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