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일.
우린 살다 보면 당연한 것들을 잊고 살아간다. 매일 해가 뜨고 지듯, 공기가 늘 곁에 있듯, 언제나 거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다.
엄마도 그렇다.
어릴 적엔 엄마가 영원할 줄 알았다. 언제나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아플 때는 밤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넘어지면 먼저 달려와 걱정해 주던 존재.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손등에 잔주름이 늘어나고, 예전 같지 않은 걸음걸이를 보면서 깨닫게 된다. 엄마도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게 되겠지...
슬퍼할 일은 아니다. 나도 그럴 테니깐.
어제는 엄마의 생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날. 누군가는 생일을 축하받는 날이라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엄마의 생일은 엄마에게 감사하는 날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팠던 시간, 힘들었던 순간을 견뎌내며 우리를 품에 안아 주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엄마는 언제 가장 행복했나요?"
아마 엄마는 대단한 날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큰 성공을 한 날도, 멋진 여행을 갔던 날도 아닐 것이다. 대신 이런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네가 처음 걸었을 때, 네가 학교에서 돌아와 재잘거리며 하루를 이야기해 줄 때, 네가 커서 번 돈으로 처음 밥 사준다고 연락했을 때." 엄마의 행복은 아마 우리를 통해 얻은 소소함 일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에 잠긴다.
엄마가 바라던 행복, 나는 잘 지켜드리고 있는 걸까? 엄마가 내게 주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나는 되돌려 드리고 있을까? 엄마는 늘 우리를 위해 기꺼이 희생했고, 우리의 행복이 곧 엄마의 행복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엄마의 행복이 되어야 할 차례다. 그래서 오늘 하루만큼은, 엄마에게 "엄마라서 행복하다"라는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거창한 선물은 아니다. 그저 따듯한 밥 한 끼, 진심을 담은 한마디.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엄마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가 묻는다.
"엄마, 오늘 행복하셨나요?"
그 대답이 "그래, 아주 많이."가 되길 바라며.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