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글이 멈춘다. 내가 글이 가장 잘 써질 때는 감정이 올라와 있을 때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그 감정을 토해내듯 쓰다 보면 문장이 쏟아진다. 예술가는 아니지만 그런 기질은 분명 있는 것 같다. 작곡가가 이별을 겪고 곡에 깊이 빠져드는 것처럼 말이다.
영감이 있으면 좋다. 그런데 영감으로 쓴 글이 반드시 잘 읽히는 건 아니다. 조회수와 좋아요가 생각보다 적으면 속으로는 속상하다. 겉으로는 “훈련 중이니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건 아니니까”라며 태연한 척을 한다. 솔직히 말하면 허풍이다.
내 글이 조금은, 아니 꽤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브런치에서 내가 구독하는 몇몇 작가님들의 글에는 좋아요가 90개, 100개씩 달린다. 알람이 얼마나 울릴까 상상해본다. 아마 일일이 확인하기도 힘들겠지. 알람을 꺼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읽다 보면, 젠장.
글이 너무 술술 읽힌다.
요즘 글쓰기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계획에 없던 책이다. 매달 종이책 다섯 권을 사서 읽는데, 지금 네 권째다. 2월도 내일이면 끝인데 이번 달 목표 달성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러면서도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겨 E북을 두 권이나 샀다. 그중 한 권이 글쓰기 책이다.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서].
“내 글을 시장에 파는 게 아니라,
시장이 내 글을 사는 것이다.”
이 문장을 붙들고 한참을 씨름했다. 지피티에게도 물어보고, 혼자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말은 맞다. 그런데 딱 한 지점에서 막힌다. 그래서 어떤 글이 ‘시장이 사는 글’이냐는 거다. 관점을 나에게서 시장으로 옮기라는데, 그 시장이 어디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내 글이 선택받으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일단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내 글을 선택한 사람이다. 사신 김에 답을 알고 있다면 댓글로 좀 알려 달라.
사실 이 고민이 처음은 아니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며 ‘잘 쓰는 법’을 찾았다. 그러다 도저히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쓰기로 했다. 고민만 하다 보면 결국 한 줄도 못 쓰고 끝날 테니까.
브런치에 [인문학으로 배우는 요식업] 연재를 시작했다. 몇편의 글이 쌓였는데, 다시 읽어보니 확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도 지우지 않았다. 아깝기도 하고. 충동을 애써 누른다.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또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본다.
고민을 한참 하다가...
팔리는 글??
일단 한번 써보자.
머리 싸맨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니까 일단 써본다.
제목 : 숭고한 피해자
금주한 지 124일째다.
영어 공부는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알코올 의존에 혼술을 즐기던 내가 술 없는 삶을 100일 넘게 보내고 있다. 유혹은 많았다. 위기도 있었다. 그래도 단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 더 이상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예전엔 이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먹다 죽나 안 먹다 죽나 매한가지 아닌가. 일단 먹다 죽자.
하지만 지금은 정확히 반대다. 먹다 죽나 안 먹다 죽나 매한가지라면, 안 먹고 죽자. 죽음은 공평하다. 피할 수도 붙잡을 수도 없다. 내가 왜 이런 생각으로 금주를 이어가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더 이상 나를 속이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강하다. 술에 취해 잃어버린 것 중 가장 큰 건 시간이었다.
술을 마시면 나는 숭고한 피해자가 된다. 세상은 나를 공격하고, 나는 이해받지 못한 사람인 척한다. 그게 내가 만든 위로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 이상 그렇게 살다가는 정말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요즘 하루는 놀랄 만큼 평온하다. 책을 읽을 수 있고, 맨 정신으로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 희망을 채우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 이 말에 이제 술은 없다.
영어는 또 어떤가. 3형식 문장을 이제야 이해한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하던 나를 끌어와 혼내면서도 문장 하나 더 외우려 애쓴다.
젠장... 나는 마흔 넷이다.
이제야 사는 맛이 난다. 공부가 재미있고, 무엇이 나를 채우는지도 조금은 알겠다. 이왕 사는 거, 자신에게 좋은 것을 채우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적어 보낸다.
끝.
이 글이 시장이 사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기대는 한다.
꼭 좋은 주말 되시길.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