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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없는 날 속에 채워진 문장들.

내일은 다르겠지만, 오늘은 이렇다.

by 재윤

글 쓸 맛이 안 난다.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의욕도 없다. 이러다 내일은 또 달라지겠지만.


이런 날이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하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책을 펼쳐도 글자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노트북을 켜도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를 하긴 해야 할 거 같은데, 도무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무력한 기분. 마치 내 몸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처럼, 하루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흘러간다.


살다 보면 이런 감정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왜 이러지?"라고 스스로에 나지막하게 묻고는 이내 곧 답을 찾는 것조차 포기하게 된다. 어쩌면 이유를 모르는게 더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사람이 매일같이 기운 넘칠 수는 없으니까. 어제는 기분이 좋았고, 내일은 또 달라질 테니, 오늘 하루쯤은 이대로 둬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괜히 SNS를 들여다보며 남들은 다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보이고, 친구들에게 연락해 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포기한다. 이런 날의 나는, 그냥 가만히 있고 싶으면서도 또 그러면 안 될 거 같아 조바심이 난다.


이런 순간조차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은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겠지.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일도 그러러란 법은 없으니까. 내일의 나는 또 새로운 기분을 느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다음 날에는 분명 다를 테니깐. 그러다 보면 오늘의 이 무기력함조차 나중에는 별거 아닌 기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말이다. 그러니 그냥 이 순간을 그대로 두 자.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일의 나에게 작은 다리를 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그런 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해 주자.


분명 어쩌면 내일은 또 달라질 테니까.


뭔가 하기 싫은 날이다.

글을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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