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이렇게 찾아온다는 걸.
우린 어릴 땐 늘 무언가를 기대하며 살았다. 생일이 기다려졌고, 방학이 설렜고, 첫 연애의 설렘은 심장을 뛰게 했다. 어른이 되면 더 큰 기쁨과 더 짜릿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고 나니, 우리가 기대했던 행복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조용한 행복이 스며들었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는 하루가 주어졌다는 것. 가족과 통화할 때 "별일 없지?"라는 말이 진짜 별일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 큰 희망은 없어도 깊은 절망 없이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어릴 땐 이런 것들이 행복일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우리는 종종 행복을 극적인 순간에서만 찾으려 한다. 인생을 바꿔줄 엄청난 기회, 예상치 못한 행운, 누군가의 깊은 사랑, 그런 것들이 있어야만 행복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싦을 살다 보면 알게 된다. 큰 기쁨보다 더 귀한 것은, 나쁜 일이 없는 하루라는 걸.
누군가는 묻는다. 그렇게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느냐고. 물론이다.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이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예전엔 아무 일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는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다. 우리가 채워 넣을 수 있는 여유, 사색, 감사의 공간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킬 수 있는 것. 하루 세끼를 챙겨 먹을 수 있는 것. 돌아갈 집이 있고,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삶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늘 감사하며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인간은 쉽게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에 감동하지 않게 되며, 작은 불편함에도 불평을 쏟아낸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하루가, 사실은 우리가 바라던 행복일 수도 있다고.
그 조용한 행복을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찾고 있나?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