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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마음을 가볍게 하는 기술이다.

by 재윤

고민이 많았던 친구가 있었다. 회사 일은 잘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허전하다고 했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모르겠어." 퇴근길에 같이 걷다 말고, 그 친구가 내뱉듯 말했다. 그 말이 낯설지 않았다.


우리 또래 대부분이 그렇다. 좋아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당장 그만두자니 겁나고 '이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긴 한가' 그 생각이 마음 한편에 눌어붙어 떠나질 않는다.


그 친구는 매일 퇴근 후에 다른 직무 관련 강의를 들었다. 새벽에 노트북을 펴놓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늘 갈팡질팡했다.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거 아닐까?"

"이 길로 가도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런 말들을 툭툭 흘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나 결정했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친구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편안해 보였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건 아니지만, 뭔가를 정한 사람 특유의 맑음이 있었다.


그래! 결정이란 그런 것 같다.


결과는 알 수 없어도, 방향을 잡는 순간 마음이 정돈된다. 고민은 여러 갈래의 길 위에 나를 가둬두지만 결정은 한 방향으로 나를 꺼내준다. 물론 모든 결정이 멋지거나 정답일 순 없다. 하지만 그 친구를 보며 확실히 알게 됐다.


망설임의 끝은 언제나 지침이고, 선택의 시작은 늘 가벼움이다. 우리는 계속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음에게 이렇게 말해줘야 한다. "괜찮아. 한 번쯤은 나를 믿고 걸어보자."


결정은 마음을 덜어내는 기술이다. 불확실한 앞날이 두렵더라도, 그 안에서도 내가 원하는 쪽을 향해 걷기로 한순간, 우리는 이미 꽤 멀리 나아가 있는 거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밤늦도록 고민하는 누군가가 있을 거다.

이 길이 맞을까, 지금 이 선택이 내 삶을 망치진 않을까, 수없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마음이 무거워져 가는 사람. 그런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결정은 완벽한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일단 한 발을 내딛는 용기라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건 어쩌면, 혼란 속에서도 '나'를 믿어보는 작은 선언인지도 모른다. 망설여질수록 더 그렇다. 그 고민이 깊었다는 건, 그만큼 진지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지금, 그 자리에서. 아직 모든 게 명확하진 않더라도, 마음속에서 자꾸 손을 들어 보이는 그 방향이 있다면 잠시 용기 내어 따라가 보자. 결정은 늘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품고도 걸어보는 사람이 결국, 자기 삶을 제대로 살아낸다.


당신의 결정을 응원하며,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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