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절 냄새를 유독 잘 맡는다. 계절 냄새라!? 아는 사람만 아는 냄새~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그런 냄새가 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 냄새가 문득 떠오르진 않는가?
따뜻한 온기가 묻어 나오는 봄의 냄새. 막 언 땅이 천천히 풀릴 때 흙에서 올라오는 포근한 숨결 같은 향기. 햇살이 어깨에 살짝 내려앉을 때면 나는 봄이 왔다는 걸 먼저 코끝으로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따뜻함이 사라진다.
봄이 갔다고 알려주는 여름의 냄새가 찾아온다. 비가 내리기 전의 눅눅한 공기,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피어오르는 특유의 냄새. 운동장에서 땀 흘리던 오후, 친구들과 얼음과자를 나눠 먹던 그 순간들이 그 냄새와 함께 살아난다.
그러고 보면, 가을은 늘 바람을 타고 찾아왔다.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깊어진 그 냄새. 바스락거리는 낙엽, 마음속으로 '그리움'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때. 나는 가울이 왔다고 느낀다. 창가에 기대어 책장을 넘기다 멈춘 순간, 불쑥 떠오르는 사람, 그게 가을이다.
그리고 마지막, 겨울의 냄새가 유난히 조용하다. 차가운 공기 속에 따뜻함이 숨어 있는 그 느낌. 김이 서린 창문, 목도리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붕어빵이 익어가는 골목의 향기. 나는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손을 호호 불던 사람들과, 눈 내리던 어느 날의 고백을 떠올린다.
계절의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기억을 데려오고, 감정을 깨우고, 조용히 마음을 흔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다. 이 계절의 냄새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언젠가 오늘도, 누군가의 기억 속 냄새가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지금, 당신의 코끝에 살며시 닿는 이 봄의 냄새... 그건 다시 시작하라는 계절의 신호다. 묵혀 두었던 마음의 창을 열고, 햇살처럼 따뜻한 하루를 맞아하자.
봄이 왔다.
이제 우리도,
다시 피어날 시간이다.
잠들었던 마음도, 멈췄던 걸음도, 이제는 다시 움직일 차례다.
바람은 말한다.
"지금 이 계절은 너를 위해 준비된 거야."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