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분명히 힘든 일도 없었고, 누가 상처 준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가슴이 뻐근했다. 출근해서 일을 해도 손끝에 힘이 안 들어가고, 사람들 말에 맞장구치면서도 마음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만 반복됐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건 내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버텨왔다는 증거였다는 걸. 그리고 치유라는 건, 그렇게 쓰러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아니라, 쓰러진 채로 숨을 고르고, 그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걸 허락해 주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치유를 '목표'처럼 여긴다.
약을 먹고, 상담을 받고, 노력해서 언젠가는 나아져야만 한다고 믿는다. 지금 이 아픔은 그저 거쳐야 하는 중간 단계고, 빨리 지나가야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진짜 치유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치유는...
치유는 아직 아픈 내 마음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회복되지 않아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것, 그 상태에서도 여전히 나를 살아있는 존재로 인정해 주는 것.
내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약 먹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거야. 밥 먹는 것도, 그냥 숨 쉬는 것도 다 잘하고 있는 거야."
처음엔 어색했던 그 말을 자꾸 곱씹게 된다. 내가 뭘 이루지 않아도, 활짝 웃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일 수 있다는 걸.
혹시 지금 너도 그런 날을 살고 있다면, 무리해서 나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사람 속도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치유는 끝을 향한 경주가 아니다. 오늘도 그저 살아낸 나에게 천천히 손 내미는 그런 일이니까.
울면서 걸어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를 그냥 살아도 된다. 치유는 네가 어디쯤 와 있는지 보다, 그 길을 얼마나 진심으로 걸으려 애쓰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오늘도 잘 버텼다.
그래... 그걸로 충분하다.
글 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