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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거 하고 있어?’라는 말에 대답하는 법

by 재윤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다른 친구는 대기업에 이직했고, 누군가는 유학을 간다며 공항에서 인증샷을 올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타인의 속도가 내 눈앞을 지나간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온 걸까?"


가끔은 그 질문 하나에 마음이 무너진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소식 하나에 괜히 나만 뒤처진 것 같고, 지금껏 잘 걸어온 길이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들은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출발선 근처에서 서성이는 기분. 그럴 때마다 자책하게 된다. '내가 더 열심히 안 해서 그런가?',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말 모든 사람들은 같은 시간표를 따라야만 하는 걸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각자 다른 시계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20대에 전성기를 맞고, 누군가는 40대에 비로소 자신을 찾는다. 내가 그렇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은 자꾸만 '정답 같은 속도'를 강요한다.


빠른 건 능력, 느린 건 실패처럼 여겨지는 사회. 그래서일까, 조금만 늦어도 우리는 자신을 몰아세운다. 심지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미워한다.


예전에 나도 그랬다. 뭐라도 빨리 이뤄야 할 것 같아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마음만 조급해졌고, 그만큼 지치고 실망도 빨라졌다. 그러다 문득, 너무 지쳐서 멈췄다. 진짜 멈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그 멈춤 속에서 오히려 깊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는 따로 있다는 것.


누군가는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고, 누군가는 중간에 쉬어야 계속 나아갈 수 있다. 나는 후자였다. 누군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나만의 리듬으로 성실하게 걸어가는 사람.


조금 느릴 수는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걷는 이 길도 결국은 어딘가에 닿는다. 그리고 그 도착지는, 나에게 꼭 맞는 곳일 것이다.


살다 보면 주변의 속도에 휘둘릴 때가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앞서가고 있을 땐 더 불안해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누군가는 나를 향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거 하고 있어?"

"좀 더 빨리해야 하는 거 아냐?"


그때는 웃으며 말해주려 한다.

"응 나는 지금 잘 가고 있어. 내 속도로."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다만 나의 속도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만의 인생 속도가 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조급함은 사라지고,

내 삶이 조금 더 나다워진다.


오늘도, 나답게 걸어가는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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