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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외면했을 뿐

넌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었어

by 재윤

우리는 인생을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질문 앞에 선다.
‘이 길이 맞는 걸까?’
‘계속해야 할까, 그만둬야 할까?’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본능처럼 무언가에 묻고 싶어진다. 책을 펴고, 영상 속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의 조언을 구한다. 마치 누군가가 내 인생의 해답을 들려줄 것처럼. 그래서 종교에 기대고, 성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베스트셀러를 뒤적인다. 요즘엔 유튜브 알고리즘이 인생 상담사가 되기도 한다.

“나 대신 누가 좀 알려줬으면.”

그 마음,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냥 모른 척하고 싶은 걸까?’


사람들은 자꾸 문제에 답을 찾으려 한다. 누군가에게서, 무언가에서. 하지만 사실은 묻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답은 늘, 자기 안에 있다. 다만, 인정하기가 싫어서 외면할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다니는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 중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 일이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요즘 자꾸 무기력해지고, 출근이 너무 힘들어요.”

이 말은 사실 질문이 아니라 이미 결론이다. 그는 알고 있다. 지금의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하지만 그 뒤에 바로 따라붙는 생각들.


“근데 그만두면 뭐 하지?”
“다른 일도 나한테 맞지 않으면 어쩌지?”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면 어떡하지?”


결국 그 생각들이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뒤덮어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유튜브를 켠다. ‘퇴사 후 생존법’ 같은 영상을 클릭하며, 마치 답을 몰라서 찾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인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아니다. 알고도 피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연애 중인데 계속 힘들다. 만나면 지치고, 다투고, 마음은 점점 말라간다. 하지만 쉽게 끝내지 못한다. 왜냐면, 그 관계가 ‘아직은’ 익숙하고, 그 사람을 떠올리는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엔 이런 말까지 하게 된다.


“혹시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좀 더 이해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사실 그 사람도 안다.
“이 사랑은 이제 나를 더 이상 채워주지 않는다.”

다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아프고, 두려워서 회피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이미 알고 있는 답’을 외면하는 걸까?


첫째는 책임 회피다.

내가 내린 결정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니 누군가가 대신 답을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실패했을 때 핑계가 생기니까. “그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이런 말 한 마디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니까.


둘째는 변화의 두려움이다.
지금 이 답을 따르면, 삶이 바뀌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건 고통스럽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야 하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차라리 ‘모르는 척’ 하며 머물기를 택한다.


셋째는 자기 확신의 결핍이다.

내가 생각한 이 답이 정말 맞을까? 내 감정이 틀린 건 아닐까? 그 불안과 의심이, 스스로 내린 답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타인의 말이 더 그럴듯하게 들리고, 더 믿음직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건 정답이어서가 아니라, 내 안에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중요한 건 ‘정답’이 아니다. 그 정답을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그리고 그 답을 따라갈 용기가 있는가?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답은 당신 안에 있다.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 답을 인정할 준비가 아직 안 된 것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창한 변화는 필요 없다. 우선은 ‘질문’을 멈추는 것이다. 그리고 ‘듣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 것이다.


“지금 이 선택, 진짜 내가 원하는 걸까?”
“내 마음은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지?”
“이대로 살아도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는 책도, 영상도, 조언도 필요 없다. 오히려 침묵이 필요하다. 조용한 곳에 앉아, 내 마음의 가장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일.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답은 너무나 단순하고, 선명하게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자꾸 인생의 해답을 밖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문제도, 해답도, 언제나 내 안에 있다.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그 답을 따라갈 용기만 있다면,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묻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진짜 질문은 이제부터다.
"그 답을 따를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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