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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없었지만...

by 재윤

불현듯 또 찾아온 불안증...


나는 불안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그렇다는 걸 느낄 뿐이다. 부단히 애써 이 감정을 외면하고 싶다. 이 감정이 내 삶을 완전히 잠식하기 전에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내가 외면하면 할수록, 사막의 모래늪처럼 불안은 나를 더 옥죄어 온다. 그래 이번엔 들여다보자. 이 감정은 어디서 온 걸까? 맞짱을 떠본다.


나는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왔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매일 무언가를 하려고 애썼고, 그 애타던 마음이 내 하루를 채워 갔다.


그 마음이 문제였을까?

그 ‘열심’이 문제였을까?


“마음아, 다시 예전처럼 뛰어 달라.” 가슴을 쥐어짜며 외쳐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내가 답답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문장을 만들기 힘들고, 어떤 말로도 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떠도는 감정의 잔상들이 가슴속을 저민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책과 영상 속 사람들이 답을 건네오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아니, 이해가 아니라 인정이 안 되는 건지도 모른다.


웃기지 않은가? 이런 감정 속에서도 여기까지 글을 써 내려가는 나 자신이. 카페에 앉아 네 시간을 책을 읽었다. 누가 보면 ‘괜찮은 사람’, ‘멀쩡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침엔 심지어 2 km나 달렸다.


그런데도 나는 마음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도대체 어디가 고장 난 거냐?

고장이 나기나 했냐?


다시 질문한다. “너, 왜 그래?” 너무 직설적이라 대답하기 싫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 이 질문엔 조금 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막상 대답하려니 하고 싶은 게 없다. 조금 전까진 여행을 꿈꿨는데, 그 마음도 금세 사라졌다.


이런 변덕도 없다.


마음이 언제부터 답답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게 정상이고, 달라진 것도 없다. 사실 훌쩍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챗GPT에 물어보니 갱년기일 수도, 금주로 인한 금단 현상일 수도 있단다.


증상은 비슷하다.

답답함, 의욕 상실, 무기력...


83년생, 43살에 갱년기라니 좀 빠르지 않나? 금단 현상이라 해도 짜증 난다. 술을 마시면 2~3일 고생하니, 이제는 몸이 거부 반응까지 보내는데 마음은 왜 이토록 버거울까.


달달한 걸 먹으면 조금 나아진다.

밀크티 한 잔,

티라미수 한 조각.

이미 당은 충분히 충전 중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작은 위로가 필요한 걸 지도.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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