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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얘기 좀 해볼까요

by 재윤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돈 이야기만 눈에 들어올까?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꾸 보여주는 영상들. '며칠 만에 얼마 벌었는지', '지금은 이렇게 해서 돈을 번다'는 제목들.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갔는데, 이젠 나도 모르게 눌러보고 있다. 그 영상의 조회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나처럼 돈에 대해 관심 많은 사람이, 세상에 참 많다는 걸.


[백만장자 시크릿]이라는 책의 첫 장엔 이런 문장이 있다. "돈을 버는 건 죄가 아니다." 신부님도, 목사님도, 수도자도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무시하는 듯한 직업조차 자본주의를 외면할 수 없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다. 돈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돈이 있다고 인생이 전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하루를 고심하며 살아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한다. 이 모든 게 사실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행동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내가 이런 노력을 하는 이유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망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 나도 안다.


이런 행위들이 바로 돈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걸. 그럼 도대체 돈을 벌려면 뭘 해야 하지?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돈 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면 또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돈 되는 일이란 무엇인가?" 가장 쉬운 길은 남을 등쳐먹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게 좋다.' '이걸 하면 부자가 된다'는 말로 사람을 현혹시키고, 그 틈에서 이득을 챙기는 일.


그런데 그게 정말 쉬운 일일까?


사람을 속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게다가 사람을 속이려면, 먼저 자신을 속여야 한다. 그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사람의 마음을 알면 속이기 쉬울까? 그래서 심리학 책을 뒤적인다. 서점에서 [설득의 심리학]을 포함해 열 권쯤 사서 읽는다. 하지만 다 읽고 나도 여전히 사람을 잘 모르겠다.


사람을 조종하고, 감정을 설계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일. 이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현실에서 그러다 들키면 감옥이다. 돈을 벌려다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심리학을 기반으로 돈을 버는 합법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마케팅'이다.


그런데 마케팅에도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팔 물건이 있어야 한다.

둘째, 그것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요즘은 SNS가 대세지만, 오프라인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마케팅, SNS, 브랜딩, 글쓰기, 영상 촬영, 알고리즘, 상품기획... 이 모든 걸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공부가 정말 돈을 벌게 해 줄까? 그래서 책을 뒤적거려 근거를 찾아본다. 성공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공부해라. 실천해라. 꾸준히 해라."


그렇게 하면 언젠간 돈을 번단다. 언젠간... 젠장!! 도대체 그 언젠간이 언제냐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내가 자꾸 제자리인 것 같아 그렇다. 난 어디에서 길을 잃은 걸까?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도대체 뭘까?


맹자는 말했다.

"깊은 어둠은 찬란한 빛이 오기 전의 신호다."

[해빙]의 이서윤 작가도 말한다.

"불안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럴수록 '있음'에 집중하라"


무수한 책들의 명언들이 나를 위로한다. 아직 나는 찬란 빚을 보기 전 어둠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나의 불안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그래서 나도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바라본다.


노트북도 있고,

고프로도 있다.

스마트 워치, 통장에 잔고, 주식계좌...


그렇게 내가 가진 걸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쌀 한 톨, 볼펜 하나까지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여전히 더 갖고 싶고, 더 벌고 싶다. 욕심일까? 지금 이대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이미 수많은 기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태어난 것도 기적이었고, 망한 후 다시 일어선 것도 기적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닥뜨리며 "사람은 진짜 죽을 수 있구나' 그 냉혹한 현실을 깨달은 것 까지도, 어쩌면 내게 필요한 기적이었을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장례식장을 다녀와서야 나는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 절실히 느꼈다.


결국 욕망이 나를 쓰게 만들고, 쓰는 내가 또 살아 있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설득하며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엇을 쫓고 있는가?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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