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결핍을 받아들이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맞이하는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모든 결핍이 끝나는 완전함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든다는 건 참 묘한 일이다.
어릴 땐 모든 게 내 것이 될 거라 믿었다.
시간도, 사랑도, 기회도.
그런데 살아보니 그 모든 건 점점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열정은 현실에 눌리고,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갔다.
나는 그걸 잃는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잃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중일지도 모른다.
비워지고, 덜어지고,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 순간.
그게 바로 완전함 아닐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더 이상 잃을 것도,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는 상태.
결국 죽음은
우리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르는 완전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프지 않게 덜어내는 연습.
억지로 움켜쥐지 않는 연습.
떠나는 것을 원망하지 않고,
변해가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 연습.
그렇게 덜어낼수록
나는 오히려 가벼워졌다.
얻고 싶었던 것들로 무겁게 채워졌던 마음이,
조금씩 비워지면서
오히려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졌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죽음이 완전함이라면,
그 완전함을 향해 가는 매일의 삶은
조금 더 선명해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많이 서툴지만,
그래도 오늘은
하나쯤은 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글 쓰는 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