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헌신하는 사피엔스

by 재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배워왔다.
“여자는 아침밥을 차려주는 게 사랑이다.”
“남자는 여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게 사랑이다.”

어른들은 그랬다.
남편이 밖에서 돈 벌어오면 아내는 집안일을 하고,
남자는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오래간다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두 사람을 봤다.

한 남자는, 여자친구를 너무 사랑해서 뭐든 다 들어줬다.
일찍 일어나서 데려다주고, 밤에는 마중 나가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미뤘다.
여자가 뭐라고 하면 다 “응”으로 대답했다.

결국 그 여자는 떠났다.

“너… 너무 질척거려.
나… 널 편하게는 생각했는데, 남자로는 아니야.”

남자는 그때 알았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헌신은 사랑이 아니라 짐이라는 걸.
사람은, 너무 쉬운 사람에게는 쉽게 질린다는 걸.

그 반대도 있었다.

한 여자는 남편이 힘들까 봐 매일같이 아침밥을 차려줬다.
새벽마다 일어나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였다.
그 남편은 뭐라고 했을까?

“넌 그거라도 해야지.
못생겼잖아.”

그 남편은 여자의 헌신을 고마워하지도 않았고,
언젠가는 손찌검까지 했다.

그 여자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랑받지 못할 사람에게 헌신하는 건
나를 깎아먹는 일이었구나.

그리고 집을 나왔다.

결국,
헌신이란 상대가 ‘사람 대 사람’으로 나를 대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헌신하는 게 당연하다고?
그건 맞다.

하지만…
상대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이용당하는 거다.

누군가는 말한다.
“남자는 여자 말 잘 들으면 오래간다.”
“여자는 아침밥만 잘 차려주면 된다.”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남자는 사람답게 행동하면 오래가고,
여자는 존중받을 때 사랑받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기보다
사람으로서의 존중부터 시작해야 한다.

헌신은 관계의 결말을 바꾸지 않는다.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러니,
사랑받고 싶다면 헌신을 하기 전에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부터 봐야 한다.

헌신으로 사랑을 구걸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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