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결혼식이 있어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결혼식 시간이 애매하게 끼어 있어, 어딜 다녀오기엔 짧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아까웠다. 그래서 가까운 카페에 들러 글도 쓰고 영어 공부도 하자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마치고 음료를 받으려던 순간, 카페 사장님이 물었다. “혼자 오셨어요?” 그렇다고 하자, 바로 이어서 “혼자 오셨으면 2인석에 앉아주세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리는 비교적 널찍했다. 내가 앉은 곳은 구석진 자리였고, 이미 노트북을 올려놓아 음료까지 놓으면 오히려 작은 2인석보다 더 알맞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1시간 정도만 있다가 나가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신 사장님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말을 아끼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허락이라기보단 마지못해 준 동의처럼 느껴졌다. 그 표정 하나가 뒤돌아 자리로 향하는 내 마음에 묘한 불편함을 남겼다. 마치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작은 죄책감이 툭 하고 올라왔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정당한가?
사장님의 요구가 정당한가?
언제나 그렇듯, 그 경계는 또렷하지 않았다.
소심한 성격 탓인가 싶어 내게 먼저 화살을 돌려본다.
사소한 것에도 지나치게 신경 쓰는 내가 문제일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손님이 못마땅했던 사장님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테니까.
손님이 많을 때 작은 자리 하나라도 아쉬운 마음.
그 심리도 이해하고, 내 입장도 이해되는...
그 애매한 회색지대.
생각해보면 인간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이런 때다. 배려하려는 마음과 무례함을 피하려는 마음이 서로 뒤엉켜, 도대체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부터가 무례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순간.
나만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은 살아가며, 자신은 배려한다고 했지만 상대는 무례함으로 받아들였던 순간, 혹은 분명 상대가 무례했지만 괜히 내가 예민한 건가 하고 스스로를 탓했던 순간을 겪는다.
우리는 늘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나를 지키려는 마음 사이. 예의를 지키고 싶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양보만 할 수 없는 내 삶의 자리 사이. 끝내 이 고민의 답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 그곳에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 배려와 무례함의 경계는 언제나 ‘내 마음이 흔들리는 지점’에 생긴다. 그 감정이 우리에게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 방향을 조용히 알려준다.
오늘도 나는 또 하나 배웠다. 사소한 상황 하나에도 마음은 이렇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성숙해진다는 것.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