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치 않은 하루를 보냈다. 사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내 인생은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까. “재윤님은 책임감이 강하시잖아요.”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는 말이다. 나는 스스로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타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적어도 시작한 일은 끝을 보려 노력한다. 마음처럼 잘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지만,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삶에 책임을 지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 그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나는 여전히 실패자다. 우아한 실패자를 쓸 당시에는 빚을 모두 갚았다는 사실에 고무돼 있었고, 그 목표가 사라진 뒤에는 지독한 무기력에 빠졌다. 이후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시도했고, 그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다.
유튜브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블로그 수익화도 실패했다.
선물옵션 투자에서는 막판에 큰 손실을 봤다.
이 또한 분명한 실패다.
실패를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실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뭐든 성공해야 한다고, 그래야만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당위성을 부여하며 외면했다. 그게 가장 편했고, 가장 덜 아픈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인정하지 못한 채, 나는 또 한 번 숨어버렸다.
그중 가장 큰 실패는, 사랑을 지켜내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아직 누군가의 삶을 책임질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엔 돈이 허울이라고 생각했고, 사랑과 마음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었다.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안다. 돈이 함께할 때 사랑은 덜 고단해지고, 조금은 숨 쉴 수 있는 삶이 된다는 것을.
혼자 살아가기엔 부족함이 없을지 모르지만, 세상 속에 나를 세워 놓고 보면 나는 여전히 보잘것없고 형편없다. 이런 내 모습이 싫다.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렵다. 그래서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인정하게 된 건, 내 삶에 가장 크게 자리했던 한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면서부터였다. 나는 붙잡을 수 없었고, 지킬 수도 없었다. 지금의 나는 그렇다. 오늘도 그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그 힘듦 속에서 영어책을 펼쳐 공부했고, 지루해지면 다시 책을 읽었다.
술을 마시는 대신,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대신,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누구나 힘든 시간을 겪는다.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감사한 건, 나는 그 시간을 조용히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준비한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하루를 버텨내듯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힘듦의 에너지를 나를 발전시키는 데 쓰고 싶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1년 동안 방황했다. 알게 모르게 많은 것들을 외면했고, 많은 것을 놓아버렸다. 한 사람을 위해 내 모든 시간을 쏟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 시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그 생각을 고치고 또 고쳤다. 수십 번, 수백 번.
누굴 탓할 수 없다. 원망할 수도 없다. 이 모든 건 내가 선택해 온 삶의 결과다. 나는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내 미래를 바꿔야 한다.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나의 사랑을 응원하겠지만, 앞으로는 나의 모자람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살려고 한다.
빚을 갚을 때는 숨도 쉬지 않고 일만 했다. 그렇게 달려온 10년의 끝에서 목표 하나가 사라졌고, 그 공허함 앞에 다시 서 있다. 그때 내 곁에는 술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디 맨정신으로 살아가고 싶다. 쓰린 마음에 술 한 잔쯤은 마실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이를 악물고 버틴다.
왠지 더이상 그러고 싶지가 않다. 돌이켜보면 이 감정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당신과 나는
언제나 넘어지고, 깨지고, 다친다.
당신 곁에는
이런 나도 있고,
나의 글도 있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서 달리자.
여전히 당신은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기적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파도 된다며,
스스로에게 허락을 구해본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