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지 벌써 수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도 몰랐다.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가다 보니 글이 되었고, 글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 글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그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글을 쓰는 일이 망설여졌다. 그때 나는 글쓰기 책을 수십 권이나 읽었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아직도 나는 글쓰기가 어렵다.
처음의 어설픔이 지나고 글이 조금씩 쌓이자, 나는 마치 대단한 작가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저 없이 내 브런치를 소개하던 시절도 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내 글을 구독하는 사람은 아직 3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과연 내 글을 모두 읽고 있을까. 가끔 달리는 응원의 댓글을 보며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그 마음은 오래 가지 못하고 금세 흩어져 버린다.
요즘 나는 밖으로 쓰기보다 안으로 글을 쓴다. 사실 일기와 다를 게 없다. 힘들어서, 견디기 어려워서 적어 내려간 마음들이다. 그런 글들이 누군가에게 소비되기를 바라는 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과 삶에 생각보다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가십에는 반응하지만, 그것마저도 끓어오른 냄비가 식듯 빠르게 잊힌다. 또 다른 가십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쪽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소비되고, 잊힌다.
그래서 요즘은 자꾸 나를 돌아본다. 과거의 실수들, 포기했던 수많은 밤들이 떠오른다. 후회와 미련이 뒤섞여 나를 괴롭힌다. 그 미련은 때때로 지금의 나를 무너뜨린다. 사는 일은 참 쉽지 않다. 돈은 벌었지만, 이상하게도 돈이 없다. 통장에는 당장 살아갈 수 있는 돈이 있지만, 마음은 전혀 충족되지 않는다. 내면을 단단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가끔 아버지가 떠오른다. 어머니와 이혼한 뒤, 홀로 지낸 20년의 시간 동안 아버지도 나처럼 외롭고 힘겨웠을까. 사는 일이라는 게, 마지막에 느끼는 감정 하나가 그동안의 모든 과정을 이겨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승자라는 말처럼 말이다. 원망하고 미워했던 존재이지만, 그 외로움만큼은 어쩌면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진 게 아닐까.
원래 나는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술을 마셨다. 회피하고 도망치는 데에는 국가대표급이었다. 감정을 마주하는 대신, 잠시 잊는 쪽을 선택해 왔다. 그렇게 버텼고, 그렇게 살아왔다. 요즘은 술 대신 글을 쓴다.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도망치지는 않는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아도, 박수를 받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의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글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지금도 글을 쓰며, 조금 느리게 무너지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