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 1일이다.
다들 무탈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
최근 몇 달 동안은 마음이 여의치 않아 내 안으로만 글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독자들에게 안부를 묻는 글을 쓰는 건 참 오래간만인 것 같다. 그럼에도 늘 조용히 읽어 주시고, 좋아요와 응원의 댓글을 남겨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소소하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6년에는 여러분 모두에게 안녕과 평안이 함께 하시길, 마음 깊이 소원해 본다.”
새해 첫날이기도 하고, 오늘은 술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블로그 기록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지금 금주 중이다. 오늘로써 66일째다. 처음엔 일주일만 참아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다음은 30일, 또 그다음은 50일.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66일이 지났다. 지금은 100일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아예 술을 마시지 않을 생각이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술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정말 다른 세상 같다. 그동안 나를 가장 처절하고 지독하게 괴롭혔던 술을 끊어낸다는 것이, 내게는 마치 다시 태어나는 일처럼 느껴진다. 66일 동안 단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고, 그 시간들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
사실 나도 인간이다 보니 살아오면서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어떤 불리한 상황이 오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거짓말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술을 끊어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잘나서도 결단력이 남달라서도 아니다. 그동안 무수히 시도했고, 수없이 실패했다.
정신과 진료도 받아봤고, 야심한 밤 편의점에 뛰쳐나가 소주를 사서 나발을 분 적도 있다. 술을 끊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정말 많은 시도 끝에, 지금의 이 평온함에 이르렀다. 이 글을 읽고 동기가 되어 술을 끊어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실패해도 괜찮으니 계속 시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 안에 진짜 열망이 있다면, 언젠가는 분명 끊어내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1월 1일에 새해 다짐을 한다. 하지만 살아보니 결단이라는 건 꼭 특별한 날에 찾아오지는 않더라. 사랑도, 이별도, 관계도, 운도 대부분은 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는 일은 결국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물론 새해를 계기로 금주나 금연을 결심한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다만 ‘새해니까’ 이라는 이유보다, 보통의 하루를 하나씩 잘 지켜내길 바란다. 그게 훨씬 오래 가더라.
66일 동안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연말 회식도 있었고, 연초 모임도 몇 개 잡혀 있다. 때로는 지인의 권유, 때로는 직장 상사의 분위기 때문에 술을 거절하기 쉽지 않은 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행히 잘 넘겼다.저녁 식사 때만 되면 술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시간을 ‘술시’라고 부른다. 만약 스스로 알코올 의존을 점검해 보고 싶다면, 저녁 식사에 자연스럽게 반주가 떠오른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 봐야 한다.
내가 금주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주변 사람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하루하루 견뎌내는 나를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말들, 그 애정 어린 시선들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술을 습관처럼 마셨다.
마음이 힘들 때, 그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술로 도망쳤다. 잠깐은 괜찮았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허탈감이 몰려왔고, 다시 술을 찾았다. 어떤 해에는 360일을 술로 지새운 적도 있었다.
알코올 중독이나 의존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 혼자 숨어 마셨다. 마셔도 안 마신 척했고, 타인을 속였고, 나 자신도 속였다. 여러 번 끊어보려 했지만 번번이 무너졌다. 그때 내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들에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인정하지 않으려 억지를 부리고, 땡깡을 부렸으니 그 마음에 대한 책임은 내 몫이다.
술은 인생을 망친다.
결코 사람의 행복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도망치게 한다.
환각과 망상 속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달리기를 좋아한다며 ‘트리플 법칙’을 이야기하던 내가 이런 말을 하니 놀라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부끄럽지만, 그랬다.
66일이 지나고 나니 분명히 달라진 것들이 있다. 아침이 맑아졌다. 30일쯤까지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60일을 넘기고 나니 몸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부가 좋아졌고, 살도 빠졌다. 하루에 팔굽혀펴기 100개를 꾸준히 하다 보니 몸도 달라졌다. 턱선이 살아났고, 내가 봐도 예전과는 다른 얼굴이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조금 잘생겨진 것 같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얼마 전 친구들과 찍은 사진에서 내가 가장 빛나 보이더라. 금주의 힘이라고 믿고 싶다.
무엇이든 한 번에 얻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그 끝에서 조금씩 달라진 나를 만난다. 술을 마시지 않는 분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을 천천히 관찰해 보시길 바란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늘 우울한 사람들 중에는 알코올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애주가로 포장하며 술을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 같은 사람에게 술은 결코 즐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술은 아주 강력한 마약이었다. 술을 마시기 위해 만들어냈던 수많은 궤변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다 헛소리였다.
술을 안 마신다고 오래 산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내일 당장 삶이 끝난다 해도, 이제는 맑은 정신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살고 싶다. 무려 20년을 붙잡고 있던 이 끔찍한 인연을 끊어내려 한다. 66일이 지나니 생각도 나지 않는다. 덜 고통스럽고, 충분히 견딜 만하다. 아직 잠들기 어려운 밤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 오늘은 2026년 첫날이다.
우리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한 해를 살아보면 어떨까.
조금은 떳떳하게, 조금은 솔직하게.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다.
새해, 다시 한 번 파이팅이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