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이 있다는 마음.

by 재윤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보통 숙소부터 예약한다. 어디를 보고 무엇을 먹을지는 그다음 문제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갈 곳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행은 이미 절반쯤 안정된다. 하루 종일 걷고, 구경하고, 사람을 만나도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갈 공간이 있다는 생각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쉬게 만든다.


하루 종일 걷고, 구경하고, 사람을 만나도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갈 공간이 있다는 생각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쉬게 만든다. 짐을 내려놓고, 씻고, 불을 끄고 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하루의 피로는 이미 절반쯤 풀린다.


일상도 다르지 않다. 전세든, 월세든, 자가든 상관없다.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건 삶이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둔다는 뜻이다. 그 공간이 있기에 우리는 하루를 버티고, 또 다음 날을 살아낸다.


돌아갈 집은

그런 역할을 한다.


사람도 그렇다. 외출할 때 지갑 속에 오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있으면 괜히 마음이 느슨해진다. 무언가를 꼭 쓰지 않아도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는 여유만으로 하루는 훨씬 덜 불안해진다. 삶의 든든함이란 항상 넘쳐 있어서가 아니라 비어 있지 않다는 감각에서 온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함께 밥을 먹고, 웃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사람을 조금 더 단정하게 만든다. 그럴 때 우리는 불필요한 관계에 매달리지 않고, 잘못된 선택 앞에서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선택지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 중에도 정작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쪽을 기웃거리고, 저쪽을 저울질하며 끊임없이 사람을 바꾸는 이유는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안도감이 없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사람을 떠돌게 만든다.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더 많은 가능성 위에서 자라지 않는다.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 위에서 비로소 안정된다. 설레는 여행지는 많을수록 좋지만 돌아갈 숙소는 하나면 충분하다. 사람도 그렇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마음은 삶을 덜 불안하게 만들고 괜히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게 한다.


그래서 이 글은

사랑을 더 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를 붙잡으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돌아갈 사람이 있는 당신에게

조금 더 용기를 내도 괜찮다고,

조금 더 세상 앞에 나서도 된다고

그 말을 전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돌아가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건,

삶을 조금 덜 두려워하게 만든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

keyword